▲ 한일수 대전충남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 |
물론 적용 대상을 좀 더 넓혀야 하고 암이나 신부전증처럼 한 번 걸리면 큰 비용이 드는 질환에 대한 보장도 더 확대되어야 한다. 본인부담금은 낮춰야 하고 의료기관에 지급하는 의료수가도 좀 더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 저소득층에 대한 부조는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 이런 점을 놓고 봐도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세계적 기준으로도 괜찮은 제도가 분명하다.
건강보험은 1977년 500명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강제 실시되었다. 그리고 12년 뒤인 1989년 도시와 농촌을 포함하는 전 지역 의료보험조합이 출범해서 전 국민 의료보험 시대를 열기까지, 일부에서는 지금까지도 보험료 징수에 대한 불만과 저항이 없지 않았다. 우리 가족은 일 년 열두 달 병원 한 번 안 가는데 보험료는 수백만원이나 내니 너무 억울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현재 직장건강보험료는 월급에 5.64%를 곱해 반은 본인이 내고 반은 사업주가 부담한다. 연봉이 4000만원이라면 113만원 정도를 매년 내는 셈이다. 여기에 다시 건보료의 6.55%를 장기요양보험료로 내야 한다. 건강보험료가 등급제에서 소득에 일정요율을 곱하는 방식으로 변경된 이후로 건강보험료는 해마다 가파르게 올라갔다. 경제도 어려운데 보험료 올라가는 게 달가울 턱이 없다.
하지만 건강보험이 소득재분배와 사회적 안전장치로서 기능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다지 억울할 것은 없다. 사회와 나라가 존재하니까 내가 살아가는 것도 사실 아닌가. 안전에는 돈이 든다. 내 주머니에서 나가지 않으면 남도 내놓지 않는다. 소득에 따른 보험료율을 차등화해 고소득일수록 보험료도 더 많이 내게 하는 쪽으로 개선하면 좀 나아질 것이다.
건강과 교육은 복지의 두 근간이다. 불과 12년 만에 전국민 개보험을 제도화한 우리나라는 대단한 성공을 거둔 셈이다. 해마다 무지막지한 적자를 기록하고 있고 매년 건강보험료도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지만 우리가 건강보험제도를 없애자고 하지 않는 까닭은 이것이 옳은 방향이기 때문이다. 아플 때 치료받을 수 있느냐는 것처럼 절실한 문제가 어디 있는가. 배고프면 밥을 먹어야 하고 아프면 치료받아야 한다. 사회 구성원에게 그렇게 해주지 못하는 사회는 잘못된 사회고 오래 가지 못할 사회다.
건강보험의 성공적인 정착을 보면 등록금 문제를 풀지 못할 이유가 없다. 불과 20여 년 전에 우리는 큰 병에 걸리면 집안이 절단 나는 사회에 살았다. 지금도 위협은 여전하지만 과거에 비하면 건강보험이 제법 든든하게 보호해주고 있는 게 사실이다.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잘 살 수 있는 사회가 되도록 하는 것이 대학 등록금의 궁극적인 해결책이겠지만 그것이 당장 이뤄지기 힘들다면 교육받을 권리를 아프지 않을 권리처럼 여기지 못할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학비를 대느라고 부모는 등골이 빠지고 푸르른 청춘들이 사회에 나가기도 전에 신용불량자가 되며 희망대신 절망이 그들 앞에 켜켜이 쌓이고 있다. 공부 좀 해보겠다는데 빚과 절망을 안기는 사회가 정상적인 사회인가?
대학 학비 문제는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문제다. 지금처럼 집집마다 한숨과 눈물이 커지다 보면 마침내 이런 사회는 안 되겠다는 소리가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해마다 사회에 나가는 70만~80만명의 젊은이들 중 불과 3만 명만이 괜찮은 직업을 얻는다. 그러니 자연히 대학을 가지 않을 수 없고 학점과 스펙에 목숨을 걸지 않을 방법이 없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기 전에 반값 등록금부터 실시해보자. 건강보험이 불과 12년 만에 정착된 것처럼 반값 등록금도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사회적 합의를 쉽게 이룰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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