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수]'지구촌'의 의미를 되새길 때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김희수]'지구촌'의 의미를 되새길 때

[목요세평]김희수 건양대 총장

  • 승인 2011-07-27 13:43
  • 신문게재 2011-07-28 20면
  • 김희수 건양대 총장김희수 건양대 총장
▲ 김희수 건양대 총장
▲ 김희수 건양대 총장
노벨상의 나라이자 세계평화의 대명사처럼 알려져 온 노르웨이에서 며칠 전 발생한 전대미문의 살인극은 전 세계에 엄청난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중동이나 아프리카에서 인종간의 갈등으로 야기된 대참살극은 면역이 될 정도였으나, 이번 노르웨이의 무차별 학살사건은 뜻밖의 지역에서 일어난 일이라 예사롭지 않다.

미국의 정치학자 사무엘 헌팅턴은 20세기 이데올로기 충돌에 의한 전쟁의 종말에 이어 21세기에는 문명 충돌에 의한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주장을 했는데, 참으로 뛰어난 탁견이 아닐 수 없다.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9ㆍ11테러 때 미국이 아랍 테러 집단들에 대해 전쟁선포를 했으며, 얼마 전 미국이 9·11테러의 주범 오사마 빈 라덴을 암살하자 알카에다가 복수하기 위해 벼르고 있다고 하니 끝없이 반복되는 문명 충돌의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이번 노르웨이 사건도 브레이빅이라는 극우주의자의 소행인데, 유럽의 극우주의자들은 아랍 이민자에 대한 반감이 매우 크다고 한다. 유럽은 오랫동안 노동력의 부족으로 아랍이민자들을 대거 받아들였는데, 최근 심각한 경제위기에 빠지자 일자리 문제 등으로 이들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급기야는 다문화주의에 맞선 테러를 공공연히 일으켜 온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점점 더 심화되어 '제노포비아'(Xenophobia)라는 이른바 '외국인혐오증'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프랑스 의회에서는 아랍여성의 몸전체를 감싸는 의상인 브루카를 입지 못하도록하는 '브루카 금지법'을 통과시켜 큰 사회적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러한 와중에 아시아인들도 피해를 입기도 하는데, 유럽에서 우리나라 유학생들이 이유없이 구타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일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외국인 수가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는 126만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일자리를 찾아서 온 외국인 비율이 전체 외국인 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하며, 동남아 지역에서 결혼이민을 온 외국 여성들도 많다. 또 각 대학마다 한국으로 공부하러 온 유학생의 수도 최근 몇 년 사이 엄청난 숫자로 늘어났다.

우리 대학 역시 500여 명에 이르는 유학생들이 있어서 캠퍼스 내에서 중국어, 일본어 듣기가 어렵지 않다. 또 법무부의 사회통합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어서 아기를 데리고 한국어를 공부하러 오는 외국 여성들도 쉽게 만날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이제 다문화사회로 들어서고 있다고 하는데, 적어도 캠퍼스에서 만큼은 바로 실감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도 다문화사회에 대해 거부감을 보이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외국인 노동자들이나 결혼이민여성들로 인해 벌어지는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가 이들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지고 있는 듯하다. 또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단일민족을 긍지로 교육받아 왔기에 이들을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도 원인이 될 것이다.

얼마 전 우리 대학에서는 국립국제교육원의 후원으로 22개국 60명의 학생을 초청하여 10박 11일간 한국문화를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주로 남미, 중동,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등 우리나라와 크게 왕래가 없는 국가의 학생들을 초정한 것인데, 그야말로 백인, 흑인, 황인종이 두루 섞인 다국적, 다문화적인 행사였다. 서울에 집합한 후 다음 날 바로 우리 대학으로 내려왔는데, 그새 모두 친구가 되어 대학의 한 클래스처럼 생활하는 것이었다.

이 학생들을 보며 떠올린 것이 '지구촌'이라는 말이었다. 지구 전체가 한 마을이라는 이 단어는 언제부터 쓰였는지 모르지만, 지금은 일상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우주에서 보면 티끌같이 작은 이 행성에서 인종이 다르니, 문화가 다르니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다. 이 지구를 하나의 국가, 마을로 본다면 이데올로기의 충돌이니, 문명의 충돌이니 하는 말이 나올 수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지금부터 다양한 인종이 한데 어울려 사는 다문화 환경에 대한 이해를 어린 아이들의 교육에서부터 실시할 필요가 있다. 그들과 함께 공존, 상생 하는 것이 바로 우리 미래의 행복을 위한 길이라는 사실을 온국민이 일깨우도록 해야 한다. 이번 노르웨이의 대학살을 보며 '지구촌'이라는 말의 중요성을 새삼 떠올리게 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2.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3. [기고] 공무원의 첫발 100일, 조직문화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4.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5. JMS 정명석 성범죄 피해자들 손해배상 민사소송 시작
  1. 대전보건대, 대학연합 뉴트로 스포츠 경진·비만해결 풋살대회 성료
  2.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3. 사업성, 주민동의율 등 과제 산적…대전 1기 신도시도 촉각
  4. 한국자유총연맹 산내동위원회, '사랑의 반찬 나눔' 온정 전해
  5. 충청권 아파트 입주물량 내년 1만 7000여 세대 줄어드나

헤드라인 뉴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27일 낮 12시께 눈발까지 흩날리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전 중구 한 교회의 식당은 뜨끈한 된장국에 훈훈한 공기가 감돌았다. 식당 안에서는 대전자원봉사연합회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부지런히 음식을 나르며 어르신들을 대접하고 있었다. 150여 명의 어르신이 빼곡히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기다렸다. 얇은 패딩과 목도리 차림인 어르신들은 강한 바람을 뚫고 이곳까지 왔다고 한다. "밥도 같이 먹어야 맛있지." 한 어르신이 식당에 들어서자 자원봉사자가 빈자리로 안내했다. 이곳에 오는 대부분은 75세 이상의 독거 노인이다. 매일 혼..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창단 후 첫 K리그1 승격에 도전하는 충남아산FC가 승강전 홈경기를 앞두고 관심이 뜨거워 지고 있다. 충남아산FC는 28일 대구FC와 승강전 첫 경기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홈 경기로 치른다. 홈 경기장인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 잔디 교체 공사로 인해 임시 경기장으로 천안에서 경기를 하게 됐다. 승강전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28일 홈 경기 사흘 후인 12월 1일 대구로 이동해 어웨이 경기를 치른다. 승리수·합산 득실차 순으로 최종 승격팀을 정하게 되며 원정 다득점 규정은 적용하지 않아 1·2차전 결과에 따라 연장전 또는 승부차기까지..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 시도가 2027년 열리는 하걔세계대학경기대회 성공 개최를 재차 다짐했다. 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원회(위원장 강창희, 이하 조직위)는 27일 대전 호텔 ICC 크리스탈볼룸에서 2024년 제2차 위원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회는 지난 3월 강 위원장이 조직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처음 개최된 것이다. 행사에는 대전시 세종시 충남도 충북도 등 충청권 4개 시도 부지사와 대한체육회 부회장, 대한대학스포츠위원회 위원장, 시도 체육회장, 시도의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강 위원장과 조직위원회 위원이 공식적으로 첫..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