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규 문화교육팀장·부국장 |
“아줌마가 뭔데 난리야, 나랑 맞짱 뜰래.”
선생님을 향한 학생들의 입에서 나온 욕설이다.
전후 곡절을 따져볼 것도 없이 참으로 기막힌 노릇이 아닐 수 없다. 한마디로 교권은 온데간데 없다. 상상도 할 수 없는 교실풍경에 그저 황당하다는 말밖에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백 번이고 만 번이고 역지사지(易地思之)를 하면서 생각해봐도 이건 아니다. 시대상황이 아무리 변했다고 해도 휴대폰때문에 선생님한테 막말하면서 대드는 학생, 친구하고 싸우면 안 된다고 타이르는 선생님한테 맞짱을 뜨자니 이게 말이나 될 법한가.
하긴 얼마 전에는 휴대폰 때문에 학생이 교무실까지 쫓아가서 선생님을 마구 폭행한 일도 있었다. 남의 나라 얘기로만 들리던 교사에 대한 학생들의 폭력이 언제부터인가 심심찮게 뉴스를 타고 있다. 바로 교실붕괴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아니 더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우려됐던 문제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는 게 맞을 듯하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전면 체벌금지 조치 이후 교실붕괴가 급속도로 이뤄지고 있다는 게 일선 교사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올 들어 지난 1학기 동안 한국교원단체총연합에 접수된 교권침해 사례는 200여건에 달한다. 이중 담임에 대한 폭언이나 여교사를 상대로 한 성희롱 사례는 더는 학생이기를 포기한 내용이어서 가히 충격 그 자체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 교사는 “지난달 한 학생이 여교사의 치마 속을 휴대전화로 찍어 동영상을 유포했다”며 “교실에 교권은커녕 기본적인 도덕조차 무너져 있다”고 교총에 호소했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는 “수업시간에 버젓이 전자담배를 피우는 아이들이 있다”며 “학생 인권만 강조하다 교실이 완전히 붕괴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혹자는 저런 사례는 얼마든지 교사가 제지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냐고 말할 수 있겠지만, 학생한테 폭행을 당하는 현실 속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답답하기 그지없는 노릇이다. 위계질서가 사라진 교실에서 교사가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럼 언제부터 이렇게 교실이 엉망진창으로 만들어졌을까? 지난해 7월 과도한 체벌로 퇴출당한 '오장풍' 교사 사건과 궤를 같이한다는 게 일반적이다. 이 사건 이후 체벌이 다시 한 번 사회문제를 야기 시키면서 급기야 일부 교육청을 시작으로 체벌 전면금지 조치가 내려지면서 교권 추락과 함께 교실붕괴도 일어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물론 반론도 있다. 전교조 등에서는 교실붕괴가 체벌을 전면 금지하면서부터 시작된 게 아니고 이미 수십 년 전부터 교권이 추락하면서 그렇게 진행돼왔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건을 놓고 볼 때 교실붕괴는 체벌금지 이후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학생은 교사의 말을 듣지 않고, 교사는 문제학생에 대한 지도를 회피하거나 내버려두기 일쑤기 때문이다.
교총이 지난 4월 설문조사한 자료에서도 응답교사의 78.5%가 체벌금지 후 수업과 생활지도 과정에서 문제학생을 회피하거나 내버려두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교과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교육감의 학칙 인가권을 폐지하고 학교장에게 맡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시도 교육청이 체벌을 금지하더라도 간접 체벌을 허용하는 학교가 나올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그럼에도 시행령 개정은 불투명하다. 소위 말하는 진보교육감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는데다 정치권 일각에서도 부정적 시각이 우세하기 때문이다.이 때문에 교총이 나서 교과부와 교육청, 교원단체 간 협의체를 구성해 학교질서를 바로 세울 것을 촉구하고 있다.
교육은 백년대계다. 부모는 제1인간을 만든다면 교육은 제2인간을 만든다. 인간을 만드는 교육현장이 붕괴되고 있다는 것은 백년대계를 포기하는 것이다. 백년대계를 포기하지 않으려면 더 이상의 교실붕괴는 곤란하다. 교실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급한 것이 교권확립이다.
이제라도 교사의 권위를 살리는 데 지혜를 모으고 실행에 주저함이 없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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