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블랙 컨슈머에 '골머리'

2년전 구매혼수 환불요구 등 다양… 대부분 이미지 타격 우려 수용

대전시의 대형마트인 A마트는 얼마전 유통기한이 지난 과자를 구입했다며 500만원의 배상을 요구한 소비자로 인해 골머리를 앓았다. 1년이나 지난 과자를 구입했다며 고객센터에서 항의한 이 소비자는 “만약에 해당 제품을 먹었다면 어떻게 될 뻔했냐”며 “유통기한이 지난 상품을 판매했다고 고발하면 벌금과 함께 이미지 타격이 심할 것”이라며 으름장을 놓았다.

그러나 CCTV와 영수증을 확인한 이 매장 담당자는 소비자의 영수증과 제품의 유통기한 바코드가 일치하지 않음을 발견하고, 이 소비자가 다른 매장에서도 똑같은 제품과 방법으로 불만을 제기, 보상을 받아 낸 것을 확인했다.

결국 이 매장은 이 소비자에 대해 법적 대응을 준비중이다.

유통가가 악성 소비자인 블랙컨슈머(black consumer)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악성을 뜻하는 블랙(black)과 소비자란 뜻의 컨슈머(consumer)를 합친 신조어인 이 블랙 컨슈머는 인터넷 유포나 언론 보도화 등으로 지속적으로 보상이나 환불을 요구하는 악성 소비자들이다.

유통시장의 경쟁 심화와 인터넷, 소셜 미디어 활성화 등으로 각 기업들이 소비자들이 주장하는 불만이나 요구를 최대한 수용해주는 고객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이를 악용한 블랙 컨슈머들도 크게 늘고 있다.

실제로 대전의 B백화점의 경우 얼마전 2년전 혼수로 구매한 크리스털잔을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데다 불필요하다며 환불을 요청하는가 하면 2년전에 백화점에서 철수한 매장의 상품에 얼룩이 졌다고 환불 요청하는 소비자로 인해 골머리를 앓았다.

또다른 C백화점의 경우 기업들의 신입사원 채용 시즌마다 면접용으로 고가의 정장을 구입한후 면접이 끝난 후 환불하는 소비자들과 실랑이를 벌이느라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연말 동창회나 각종 모임시 필요한 고가의 쥬얼리를 구입한 후 모임이 끝난후 전액 환불을 요구하는 소비자들로 인해 해당 매장 관계자가 속앓이를 하기도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단체에 의뢰해도 소비자 과실을 제대로 수용하지 않거나, 2차적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를 악용한 블랙 컨슈머들도 늘고 있지만,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이들의 요구를 수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오희룡 기자 hui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