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인하 요구가 대학재정에 적잖은 부담이 될 것이라는 건 안다. 그러나 지역 대학들 역시 성장 위주의 방만한 경영을 해온 사실을 외면해선 안 된다. 등록금 문제가 국민적 관심사가 된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대학들이 방만한 경영을 '바가지 등록금'으로 메워왔다는 불신 탓이 가장 크다. 학생과 학부모의 요구는 단순하다. 적립금도 좀 풀고 법정전입금도 제대로 내고 구조조정과 재정 투명화를 통해 등록금 거품을 좀 빼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경영합리화든 체질개선이든 무슨 수로든 등록금을 내리는 게 순리다.
장학금도 확 늘려야 한다. 1인당 학생경비가 20%에도 못 미치는 대학이 대다수다. 연간 700만~800만원의 등록금을 내는데도 교외장학금과 교내장학금 실험실습비 논문심사료 학생지원비 등 학생에게 되돌려지는 비용은 1인당 200만원도 채 안 된다는 얘기다. 이러니 학생 1인당 평균 장학금이 쥐꼬리인 게 당연하다. 수도권 주요 사립대의 절반 이하인 곳이 수두룩하다. 최소한 저소득층 학생을 지원해 줄 수 있을 만큼은 확충해야 한다.
천정부지 등록금에 대학생들이 얼마나 고통 받고 있는지는 누구보다도 대학이 잘 알고 있지 않는가. 올 들어 대학생 신용불량자가 3만 명을 넘어섰다. 대학생들이 대출이자를 갚지 못해 빚쟁이로 내몰리고 끝내 신용불량자로 추락하는 게 엄혹한 대학의 현실이다. 정작 공부해야 할 시간에 학비를 마련하고 대출금을 갚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게 우리 미래 세대들의 안쓰러운 자화상인 셈이다.
한나라당은 등록금을 부모 소득에 따라 차등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당초의 '명목 등록금 인하' 계획은 없던 일이 돼버렸다. 그렇다면 이제 믿을 곳은 대학밖에 없다. 학생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등록금 멍에를 벗겨 학문에 전념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도 대학이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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