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희창]기자! 전문직 맞아?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우희창]기자! 전문직 맞아?

[기고]우희창 대전충남민주언론시민연합 운영위원장

  • 승인 2011-07-24 13:21
  • 신문게재 2011-07-25 21면
  • 우희창 대전충남민주언론시민연합 운영위원장우희창 대전충남민주언론시민연합 운영위원장
▲ 우희창 대전충남민주언론시민연합 운영위원장
▲ 우희창 대전충남민주언론시민연합 운영위원장
“언론인, 특히 기자라는 직업은 전문직일까?”라는 질문을 매 학기초에 학생들에게 한다. “그렇다”라고 답하는 학생들에게 전문직의 요건이 무엇이냐고 다시 묻는다. 그러면 학생들은 “전문화된 지식이나 기술”이라고 답한다. 맞는 말일까? 결론적으로 일부는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답을 말한 것은 아니다.

직업에 대해 연구하는 학자들은 전문직의 특성을 여러 가지로 논의하고 있으나 가장 특징적인 것으로 전문화된 지식과 기술, 사회에 대한 봉사, 자율성, 그리고 철학적 사고 및 윤리를 꼽는다. 특히 전문직에는 윤리성이 강조돼 고도의 직업윤리와 실천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전문화된 지식이나 기술을 갖고 그에 상응하는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모두가 전문직이라 말하지 않는다. 직업윤리가 없으면 더 이상 전문직일 수 없다.

그래서 교육은 뒷전인 채 촌지를 밝히는 교사는 더 이상 미래 세대를 책임지는 교육자일 수 없다.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첫째로 여기고 그들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으로 받아들이기는커녕 환자를 돈벌이의 대상으로 여기는 의사는 결코 인술을 펴는 의사가 아니다. 그냥 째고 꿰맬 줄 아는 기술자일 뿐이다.

억울한 사람들에게 법률적 조언을 주고 정의를 밝히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사건의 수임을 위해 커미션을 주는 변호사도 마찬가지다. 교수든, 세무사든, 회계사든, 그 어떤 직종에 있는 사람이건 직업윤리로 무장되지 않은 사람은 전문직에서 제외된다. 하물며 사회의 목탁이자 공기라 할 수 있는 언론인, 특히 기자들에게 직업윤리는 말해 무엇하랴.

최근 언론계에서는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는 두 사건이 주목을 끌고 있다. 하나는 세계적인 언론 재벌 머독이 소유한 영국의 타블로이드 신문 '뉴스 오브 더 월드'가 특종을 하기 위해 취재원들에 대해 도청(盜聽)을 한 사실이다. 다른 하나는 한국의 대표적 공영방송인 KBS 기자가 야당인 민주당 최고위원회 회의 내용을 도청해 여당에 넘겨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사건이다.

이 두 사건 모두 불법적인 도청이 핵심 사안이다. 그러나 이후 전개된 양상은 전혀 다르다. 영국에서는 불법 도청 사실이 알려지면서 150여년의 역사를 가진 신문이 스스로 폐간을 결정했다. 수차례나 대국민 사과를 하고 심지어는 사주인 머독이 의회 청문회장에까지 불려나가는 수모를 겪었다. 그럼에도 영국 국민들의 분노는 식지 않은 모양이다.

반면 한국의 경우는 정반대의 흐름을 보여준다.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된 KBS의 대응은 참으로 치졸하기까지 하다. 의혹이 제기되자 터무니없는 소리라며 발뺌하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경찰의 정당한 압수수색에 '언론탄압'이라고 큰 소리친다. 경찰이 도청장비로 의심되는 기자의 휴대폰과 노트북을 압수했으나 이미 새 것으로 교체한 뒤였다. 해당기자가 휴대폰과 노트북을 잃어버려 교체했다는 것이 변명의 사유인데, 그야말로 '눈감고 아웅'하는 격이다.

'뉴스 오브 더 월드'는 특종을 하기 위한 무리한 욕심에서 도청이라는 비윤리적인 방법을 사용했다. 아무리 국민의 알권리가 중요하다 하더라도 취재과정에서의 부도덕한 행위는 용납될 수 없는 문제다. 그래서 그들은 과감하게 신문사의 문을 닫아버린 것이다. 개인소유의 언론이 부도덕한 취재윤리 위반으로 문까지 닫았지만 대한민국의 대표적 공영방송인 KBS는 오리발로 일관하고 있다. 물론 의혹은 의혹일 뿐이다. KBS가 떳떳하다면 이전에 사용하던 휴대폰이나 노트북을 하루빨리 공개하는 등 경찰의 수사에 적극 협조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다면 수신료 인상을 위해 불법도 스스럼없이 저지른 언론으로서의 오명은 길이길이 남을 것이다. 그리고 관련 언론인들은 스스로 기자로서의 전문직이길 포기한 것이 되며 나아가 권력에 동원된 한낱 '주구'임을 자처하는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올해로 지방자치 20주년을 맞았다. 각 분야에서 지난 20년간 어떤 변화들이 있어왔는가를 짚어보는 각종 기획들이 쏟아져 나온다. 차제에 언론계도 지난 20년간 어떻게 변화해왔는가를 점검해보면 좋겠다. 20년 전 지방자치가 실시될 무렵 우리 언론은, 언론인들은, 기자들은 어떠했는가? 그리고 20년이 지난 바로 지금 우리 언론은, 언론인들은, 기자들은 어떠한가? 철저한 직업윤리로 무장해 우리 사회의 어두운 곳을 비추고, 약자를 옹호하며 권력을 비판하는 데 앞장서 왔는가? 그래서 전문직으로서의 그 사명을 다해왔는가? 스스로 한 번쯤은 되물어 봐야 하지 않을까?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1.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2.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3.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4.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5.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헤드라인 뉴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년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개최가 2024년 가을 문턱을 넘지 못하며 먼 미래를 다시 기약하게 됐다. 세간의 시선은 11월 22일 오후 열린 세종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이하 산건위, 위원장 김재형)로 모아졌으나, 결국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산건위가 기존의 '삭감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서다. 민주당은 지난 9월 추가경정예산안(14.5억여 원) 삭감이란 당론을 정한 뒤, 세종시 집행부가 개최 시기를 2026년 하반기로 미뤄 제출한 2025년 예산안(65억여 원)마저 반영할 수 없다는 판단을 분명히 내보였다. 2시간 가까운 심의와 표..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생존 수영 배우러 갔다가 수영의 매력에 빠졌어요." 접영 청소년 국가대표 김도연(대전체고)선수에게 수영은 운명처럼 찾아 왔다. 친구와 함께 생존수영을 배우러 간 수영장에서 뜻밖의 재능을 발견했고 초등학교 4학년부터 본격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김 선수의 주 종목은 접영이다. 선수 본인은 종목보다 수영 자체가 좋았지만 수영하는 폼을 본 지도자들 모두 접영을 추천했다. 올 10월 경남에서 열린 105회 전국체전에서 김도연 선수는 여고부 접영 200m에서 금메달, 100m 은메달, 혼계영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무려 3개의..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속보>="내 나름대로 노아의 방주 같아…'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식으로, 환경이 다른 사람하고 떨어져서 살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22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3층 높이 폐기물을 쌓아온 집 주인 김모(60대) 씨는 버려진 물건을 모은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동네 주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성이 드디어 무너졌다. <중도일보 11월 13일 6면 보도> 70평(231.4㎡)에 달하는 3층 규모 주택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는 날. 청소를 위해 중구청 환경과, 공무원노동조합, 산성동 자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