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을 하려면 대학을 나와야 하고 그것도 수도권 대학을 나와야 하는 현실은 한참 잘못됐다. 특히 지방은 그로 인해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러왔다. 지역 인재들이 수도권으로 몰리면서 지역은 활력을 잃고, 부모들은 아들딸이 대학 졸업할 때까지 서울에 돈 갖다 바치느라 등골이 휜다. '천문학적인' 대학 등록금과 생활비를 대느라 거의 파산 지경인 것이다. 이는 지방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은행권이 지방대 출신을 선발하는 것은 이들의 지역 네트워크와 장기 현지 근무 가능성을 활용하여 지방 지점의 영업을 활성화하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은행원의 채용 변화는 학력 인플레와 교육의 수도권 집중 문제를 푸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은행권뿐 아니라 다른 산업 부문으로까지 지방대생이나 고졸 출신 채용이 확산돼야 한다. 이른바 '신들의 직장'이 보다 적극적으로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
'지방'이라는 이유로 '우대'해 달라는 뜻은 아니다. 공정한 기회를 주고 능력을 인정해 달라는 것이다. 취업 시장에서 지방대생들의 입사 지원서는 대부분 그대로 쓰레기통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지방대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능력을 검증받을 수 있는 기회마저 박탈당하는 현실을 깨뜨리지 않고는 '공정한 사회'는 구두선일 뿐이다.
정부도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맞춰 공공기관의 신규 인력을 지방대생부터 뽑기로 했다. 정부의 이런 방침이 시행되고 민간부문에서 지방대생 채용이 확대된다면 지방대에 생기가 돌 것이다. 다국적 기업인 노키아를 탄생시킨 핀란드 오울루대에서 보듯 대학의 경쟁력은 그 지방의 경쟁력을 높이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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