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군 홍북면 중계리에서 젖소를 사육하는 이순진(50)씨의 말이다. 잘 먹지 않으면 가장 중요한 산유 능력이 떨어져 유량이 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게다가 먹지 않으면 면역력이 떨어져 질병에 쉽게 노출돼 심각한 상황도 불가피하다는 게 이씨의 설명이다.
이씨는 “물을 쉬지 않고 뿌리는데도 워낙 뜨거워서 소용없다”며 “젖소 40여 마리가 하루 30㎏을 생산했는데, 현재 15% 줄었고 이달 말까지 폭염이 계속되면 30%까지 급감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장마가 끝나자마자, 가마솥 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충남지역 농가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구제역 파동과 사육마릿수 증감 등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 축산농가를 비롯해 금산세계인삼엑스포를 앞둔 인삼 농가 모두 비상이 걸렸다.
21일 대전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8일 대전·충남에 올해 첫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후, 줄곧 낮 기온이 30℃를 넘는 불볕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장마가 물러가자, 곧바로 무더위가 찾아오면서 연일 낮 최고기온을 경신하는 등 본격적인 더위와의 전쟁이 시작됐다. 가장 피해가 우려되는 곳은 지역 농가다. 우선, 젖소와 한·육우를 비롯한 축산농가가 초긴장 상태다.
충남도에 따르면, 6월 1일 현재 도내 한육우는 41만7658마리(2만2309농가), 돼지 162만3510마리(1119농가), 닭은 3240만9737마리(724농가)다. 이 중 젖소는 30℃ 이상 기온이 12일 동안 계속되면, 산유량이 32% 감소한다는 게 충남농협의 설명이다. 젖소 한 마리의 하루 산유량은 0.5~1.0㎏ 정도지만, 고온이 지속되면 도내 젖소 전체의 산유량은 급격히 감소해 상당한 피해가 불가피하다.
홍성낙농농협 관계자는 “봄·가을 기온이 가장 적당한데, 요즘처럼 폭염이 계속되면 수유량은 물론 수태율도 떨어져 농가는 물론, 국내 우유업계와 소비자 모두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줄어든 산유량이 회복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순진씨는 “문제는 회복이 안 되는 것이다. 유량이 한 번 줄면 아무리 날씨가 시원해도 회복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한·육우와 돼지, 닭도 마찬가지다.
한·육우는 30℃, 돼지와 닭은 27℃ 이상만 돼도 스트레스를 받고, 이는 식욕저하로 인한 발육과 산란율 저하, 질병 발생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충남농협 관계자는 “대형 선풍기와 차광막, 스프링클러 등 온도를 내리는 게 가장 중요하고, 적정한 사육 밀도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산 인삼 농가 역시 적잖은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폭우 피해를 입은 상당수의 밭에 배수도 되기 전에 폭염이 닥치면서 물과 궁합이 맞지 않은 인삼이 제대로 성장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금산인삼농협에 따르면, 최근의 집중호우로 418농가에서 모두 77만9544㎡(673필지)의 인삼밭이 침수와 유실, 매몰 등의 피해를 입었다.
금산의 피해가 큰 것은 타지역과 비교해, 밭이 아닌 논에 인삼을 재배하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논은 밭과 달리, 평평한데다 배수가 잘되지 않는 토양으로, 물이 흡수되지 않은 상태에서 온도가 올라가면 수분이 뜨거워져 인삼 뿌리가 쉽게 썩을 수 있어서다.
제원면의 인삼농 안혁춘(69)씨는 “인삼은 물을 한 번 먹으면 더 이상 재배하기가 어렵다”며 “지금은 모두 다 수확한 상태지만, 시세의 반값도 받지 못해 손해가 크다”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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