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동중 박현지 학생 |
▲ 김정숙 할머니 |
지난 16일 김정숙 할머니는 지루한 장마가 끝나자 집밖으로 나들이를 나왔다가 잠시 탈진, 골목길에서 쉬고 있었다. 갈증이 난 할머니는 물이 먹고 싶어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학생들에게 물이 있는지를 물었으나 없다는 대답들뿐이었다. 그때 나타난 한 여학생이 할머니의 부탁을 듣고 “네”라는 대답을 하더니 냅다 뛰기 시작했다. 10분여를 기다려도 학생이 나타나지 않자 할머니는 기운을 내 집으로 돌아가려던 찰나 학생이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헉헉 숨을 몰아쉰 학생의 손에는 물 한 병과 주스 한 병, 빵 하나가 들려 있었다. 가져온 물건을 수줍은 미소로 할머니에게 건넨 소녀는 꾸벅 인사를 하고는 다시 어디론가 뛰어갔다.
후에 알고 보니 물도, 돈도 없던 이 소녀는 집까지 뛰어가 가방을 내려놓고 비상금을 가져다가 할머니에게 드릴 물과 주스, 빵을 사다드린 것이었다. 할머니는 소녀를 찾고자 아파트를 몇 바퀴 돌았으나 찾지 못하자 교복을 입은 여학생이라는데 착안해 이튿날 사위를 인근 법동중학교에 보냈다.
마침 방학 중이어서 방과후 수업을 위해 일부 학생들만 학교에 나온 가운데 교내방송을 통해 이 소식이 전해지가 학생들은 서로 “저요, 저요”했으나 진짜 주인공인 박현지 학생은 “생각지도 못한 일이 터졌구나”하는 생각에 오히려 당혹스러워했다.
자신을 찾는 할머니의 간곡한 부탁을 거절하기 어려웠던 학생은 쉬는 시간 교무실로 가 자신이 당사자임을 밝히게 되었다.
이 사연은 할머니의 손자 황인호씨가 대전시교육청 홈페이지 '칭찬합시다'코너에 전하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지하철에서 할머니 할아버지가 젊은이와 삿대질 해가며 싸우는 세태 속에서 14세 소녀와 85세 할머니가 만들어낸 '아름다운 사건'은 이 학교 학생들을 감동시켰다.
김 할머니는 “뉴스를 보면 노인에게 못되게 굴고 선생님한테도 대드는 학생들이 많은데 이처럼 보기 드문 학생이 있다는 게 놀라워 다른 학생들도 이를 배워 착한학생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학교까지 찾아가게 됐다”고 말했다. 반면 현지 학생은 “우리 할머니와 같은 할머니여서 당연히 할 일을 했는데 학교까지 찾아와 칭찬해 주셔서 너무 부끄럽다”며 쑥스러워했다.
반면 현지 학생은 “우리 할머니와 같은 할머니여서 당연히 할 일을 했는데 학교까지 찾아와 칭찬해 주셔서 너무 부끄럽다”며 쑥스러워했다.
한편 법동중 민병인 교감은 “많은 학생들이 보고 배웠으면 해서 학부모에게 교육청 홈페이지 사연을 읽어보도록 문자를 전송했다”며 “현지학생에 대한 시상과 함께 다른 학생들도 올바른 심성으로 자랄 수 있도록 지도하겠다”고 말했다.
/이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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