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동]복수불반분(覆水不返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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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동]복수불반분(覆水不返盆)

[중도춘추]김갑동 대전대 역사문화학과 교수

  • 승인 2011-07-21 16:31
  • 신문게재 2011-07-22 20면
  • 김갑동 대전대 역사문화학과 교수김갑동 대전대 역사문화학과 교수
▲ 김갑동 대전대 역사문화학과 교수
▲ 김갑동 대전대 역사문화학과 교수
중국 은 나라 말기에 서백이란 인물이 있었다. 서백은 주 나라를 세운 무왕의 아버지로 문왕이라고도 한다. 어느날 서백은 사냥을 나갔다가 황하의 지류인 위수가를 지나고 있었다. 여기서 한가로이 낚시질을 하고 있는 노인을 만났다.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세상 돌아가는 상황을 꿰뚫고 있었고 식견도 탁월하였다.

“우리 태공(서백의 조부)께서도 줄곧 당신같은 분과 만나기를 고대하였습니다. 나라에서 귀하게 모시려고 하는데 봉사하해 주시지요”라고 간절히 청하여 노인을 스승으로 모시게 되었다. 그의 이름은 원래 여상(呂尙)이었는데 '태공이 바라던 사람'이란 뜻으로 '태공망(太公望)'이라 하였다. 우리에게는 '강태공'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무왕을 도와 은나라를 토벌하고 주나라를 건국하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그 후 그는 제 나라의 제후가 되었다.

그러나 태공망 여상에게도 뼈아픈 과거가 있었다. 서백을 만나기 전까지 끼니조차 잇지 못하던 가난한 서생이었다. 집안 형편은 돌보지 않고 독서에만 골몰했던 것이다. 이러한 생활을 견디다 못한 그의 아내 마씨는 그만 친정으로 도망가고 말았다.

오랜 시간이 흘러 태공망이 출세했다는 말이 들려오자 마씨는 여상을 찾아와 재결합의 의사를 밝혔다. 이에 태공망은 물동이에 담긴 물을 땅바닥에 쏟아버리고는 마씨에게 그 물을 다시 퍼담으라 하였다. 그러나 그 물을 어찌 담을 수 있을까. 마씨의 손은 흙투성이만 되었다.

그러자 태공망은 마씨에게 말하였다. “한번 이별한 부부는 엎지른 물을 도로 담을 수 없듯이 다시 합쳐질 수 없는 것이오.” 마씨는 할 수 없이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나온 말이 바로 엎어진 물은 그릇에 다시 담을 수 없다는 뜻의 '복수불반분(覆水不返盆)'이다. 이는 부부간 뿐 만 아니라 인간의 행동이나 말에 있어 한번 하고 나면 이를 되돌리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요즘 소위 '반값등록금'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반값등록금을 대선 공약으로 걸어놓고 지키지 않던 정부가 드디어 반값등록금 도입을 재추진하겠다고 공언하였다. 이 얼마나 반가운 일인가. 이것이 실현만 된다면 이를 마다할 사람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과연 실현가능한 정책인지 하는 것은 엄밀하게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우선 이 정책은 이율배반성을 가지고 있다. 학문을 배우고 싶어하는 학생들에게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측면이 있다. 그렇지만 역으로 그 전에는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충분히 취업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놓고 이제는 학생들에게 다시 대학을 들어가라 권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둘째는 이와 관련하여 대학 같지 않은 대학에 재정 지원을 하여 자격 없는 대학생을 양산시키는데 일조할 수 있는 정책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대학에 대한 구조 조정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대학생 수만 늘게 되어 청년 실업 문제를 더욱 부채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는 지금까지 대학의 설립과 등록금 책정을 방치하다시피 해놓고 그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러한 정책을 시행하려면 과거에 대한 반성과 더불어 단계적으로 충분한 준비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넷째는 재정 지원 문제다. 국가가 대학에 재정을 지원하여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그 국가 재정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바로 국민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기왕 공표한 공약이라 이제는 거두어들일 수 없는 것이 되어 버렸다. '복수불반분'이니 이 정책을 어떻게 잘 소화해 나갈지가 궁금해진다. 신중한 검토와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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