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고지전]한국전쟁영화의 고지를 점령한다

  • 문화
  • 영화/비디오

[영화-고지전]한국전쟁영화의 고지를 점령한다

리얼리티로 풀어낸 전쟁의 상처…역사의 빈자리 상상력으로 채워 감독: 장훈, 출연: 고수, 신하균, 이제훈, 고창석

  • 승인 2011-07-21 14:22
  • 신문게재 2011-07-22 13면
  • 안순택 기자안순택 기자
줄거리-동부전선 최전방 애록고지에서 전사한 중대장의 시신에서 아군의 총알이 발견된다. 방첩대 중위 강은표는 사건의 진상을 조사하기 위해 악어부대로 파견된다. 은표는 그곳에서 죽은 줄로만 알았던 친구 수혁을 만나게 된다.

'고지전'은 올 초부터 '기대되는 영화'로 줄곧 손꼽혀왔다. '영화는 영화다' '의형제'로 큰 사랑을 받아온 장훈 감독의 세 번째 영화를 기다리던 팬들은 블록버스터급 스케일 큰 전쟁영화라는 소식에 더욱 몸이 달았다.

여기에 김기덕 감독이 칸 출품작 '아리랑'에서 제자인 장 감독의 실명을 거론하며 “자본주의 유혹에 빠져 나를 떠났다”고 한 날선 비판은 호기심을 더 키웠다.

장 감독은 '고지전'을 묵직한 메시지를 담아 날씬하게 뽑아냈다. 전쟁의 본질을 집요하게 파고들면서도 스펙터클한 볼거리, 인간적 갈등, 유머까지 놓치지 않는 세공술은 김기덕 감독도 뿌듯해할 것 같다. 그 덕에 우리는 한국전쟁을 다룬 영화 중 '최고' 반열에 들 만한 작품을 만나게 됐다.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2년 반이 지난 1953년 1월, '고지전'은 전쟁에 지독히 길들여진 병사들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이야기는 두 갈래다. 하나는 '애록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인민군과 벌이는 처절한 공방전이고 다른 하나는 악어부대에 침투한 첩자가 누군지를 밝히는 미스터리 극이다.

시실적인 영상은 관객을 공방전이 벌어지는 전쟁터에 데려다 놓는다. 총구에 카메라를 단 시점으로 총탄이 빗발치는 경사면을 오르는 장면은 낭만에 젖어들 사소한 여유도 허락하지 않는다. 미스터리는 오로지 '살아남기 위해' 적이 아니라 전쟁과 싸우는 병사들, 그들을 심도 있게 그려낸 배우들의 멋진 연기로 점점 깊어간다.

스펙터클한 영상이 압도적이지만 그보다 울림이 큰 것은 전쟁의 긴박감과 참혹함을 넘어선 전쟁의 '민낯', 정서다. 선명한 황톳빛의 땅과 눈이 시릴 만큼 파란 하늘은 울고 웃고 죽어가는 병사들의 얼굴에서 휘몰아치는 감정의 스펙터클보다 더 가슴을 친다. '슬픈 고지'가 폭격을 맞아 무너져 내리는 장면은 우리 땅이 수없이 상처받았던 땅임을 아프게 새겨놓는다.

전투장면도 정서가 묻어난다. 1차 전투가 병사들의 숨소리라면 2차 전투는 캐릭터로서의 고지가 겪는 비극이다. 공포영화처럼 담아낸 3차 전투는 전쟁의 무의미함을 드러낸다. 끔찍할 만큼 소름끼치는 전장의 공기를 담아내는 것으로 반전의 이데올로기가 피부로 저릿하게 전해지는 것이다.

이제껏 다뤄지지 않았던 한국전쟁의 끝을 응시했다는 점. 그리고 '휴전만 기다리는 피로한 병사'들을 이끌고 활력 있는 전투신에 울림이 큰 드라마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고지전'은 박수를 받을 만하다. 그런데 악어부대에 숨어든 첩자는 누구냐고?

이 영화가 '공동경비구역 JSA'의 프리퀼, 소리를 듣고 있다는 것만 밝혀두자.

/안순택 기자 sootak@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2.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3. [기고] 공무원의 첫발 100일, 조직문화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4.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5. JMS 정명석 성범죄 피해자들 손해배상 민사소송 시작
  1. 대전보건대, 대학연합 뉴트로 스포츠 경진·비만해결 풋살대회 성료
  2.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3. 한국자유총연맹 산내동위원회, '사랑의 반찬 나눔' 온정 전해
  4. 구본길에 박상원까지! 파리 펜싱 영웅들 다모였다! 대전서 열린 전국 펜싱대회
  5. 대전시, 여의도에 배수진... 국비확보 총력

헤드라인 뉴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27일 낮 12시께 눈발까지 흩날리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전 중구 한 교회의 식당은 뜨끈한 된장국에 훈훈한 공기가 감돌았다. 식당 안에서는 대전자원봉사연합회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부지런히 음식을 나르며 어르신들을 대접하고 있었다. 150여 명의 어르신이 빼곡히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기다렸다. 얇은 패딩과 목도리 차림인 어르신들은 강한 바람을 뚫고 이곳까지 왔다고 한다. "밥도 같이 먹어야 맛있지." 한 어르신이 식당에 들어서자 자원봉사자가 빈자리로 안내했다. 이곳에 오는 대부분은 75세 이상의 독거 노인이다. 매일 혼..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창단 후 첫 K리그1 승격에 도전하는 충남아산FC가 승강전 홈경기를 앞두고 관심이 뜨거워 지고 있다. 충남아산FC는 28일 대구FC와 승강전 첫 경기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홈 경기로 치른다. 홈 경기장인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 잔디 교체 공사로 인해 임시 경기장으로 천안에서 경기를 하게 됐다. 승강전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28일 홈 경기 사흘 후인 12월 1일 대구로 이동해 어웨이 경기를 치른다. 승리수·합산 득실차 순으로 최종 승격팀을 정하게 되며 원정 다득점 규정은 적용하지 않아 1·2차전 결과에 따라 연장전 또는 승부차기까지..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 시도가 2027년 열리는 하걔세계대학경기대회 성공 개최를 재차 다짐했다. 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원회(위원장 강창희, 이하 조직위)는 27일 대전 호텔 ICC 크리스탈볼룸에서 2024년 제2차 위원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회는 지난 3월 강 위원장이 조직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처음 개최된 것이다. 행사에는 대전시 세종시 충남도 충북도 등 충청권 4개 시도 부지사와 대한체육회 부회장, 대한대학스포츠위원회 위원장, 시도 체육회장, 시도의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강 위원장과 조직위원회 위원이 공식적으로 첫..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