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 70대 女 시신훼손 '충격'

엽기 범행에도 죄의식 없어… 경찰, 학교폭력 원인 추측 충북 청남署 구속영장 신청

아파트에서 떨어져 숨진 70대 할머니에게 성행위를 하는 등 시신을 훼손한 인면수심의 10대 고등학생이 경찰에 붙잡혀 충격을 주고 있다. 하지만 엽기적인 범행에도 불구하고 피의자가 전혀 죄의식을 갖고 있지 않은데다 노인들을 상대로 '묻지마 폭행'까지 일삼아 온 것으로 드러나 사건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0일 충북 청남경찰서는 지난 18일 청주에서 발생한 70대 노인 변사사건의 최초 신고자인 고등학생 A(18)군에 대해 사체오욕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A군은 지난 18일 새벽 3시 40분쯤 청주시 수곡동의 한 아파트 화단에 숨져 있던 B(70·여)씨의 시신에 성행위를 하는 등 시신을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A군은 이날 새벽 늦게까지 컴퓨터 게임을 하다 산책을 나온 뒤 우연히 B씨의 시신을 발견하고 이 같은 짓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A군은 범행 뒤 태연하게 경찰에 변사사건 신고를 했지만 시신의 옷이 벗겨져 있는데다 진술이 오락가락하는 점 등을 수상히 여긴 경찰의 추궁에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경찰은 당초 A군이 B씨가 숨지기 전에 범행을 했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B씨 시신에 대한 부검을 의뢰한 결과 B씨가 숨진 뒤 범행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1차 소견에 따라 사체오욕 등의 혐의만 적용했다.
경찰은 또 숨진 B씨의 경우 A군의 범행에 앞서 아파트 12층에서 신발이 발견된 점과 우울증에 시달려 왔다는 유족의 말 등으로 미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엽기적인 범행에도 불구하고 A군은 경찰 조사에서 죄의식조차 없는 것처럼 태연하게 행동해 경찰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A군은 경찰 조사에서 “어떻게 되는지 보려고 그냥 그랬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앞서 A군은 지난해 10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길을 가던 할머니들을 아무런 이유없이 '묻지마 폭행'해 각각 소년보호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A군은 앞서 발생했던 '묻지마 폭행'의 범행 동기로 경찰 조사에서 “학교 친구들에게 폭행을 당해 홧김에 분풀이를 했다”고 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도 A군은 지난 2009년부터 동급생 5~6명에게 아무런 이유없이 폭행을 당해왔으며 교사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군의 진술에 따라 학교 폭력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하는 한편 A군의 정신상태를 분석하기 위해 조만간 심리분석을 실시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범행 이유나 동기의 연관성을 찾아볼 수 없는 패륜적 범죄에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 '묻지마식 범죄' 성격을 띄고 있다”며 “동급생들로부터 계속된 폭행에 피해 의식이 무디어진데다 이러한 현상이 죄의식 결여라는 상태로 표출된 것 같다”고 말했다.

[노컷뉴스/중도일보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