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훈]'막차할머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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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훈]'막차할머니' 이야기

[NGO소리]조영훈 전 CBS상무,중문노인복지센터장

  • 승인 2011-07-20 14:11
  • 신문게재 2011-07-21 20면
  • 조영훈 전 CBS상무조영훈 전 CBS상무
▲ 조영훈 전 CBS상무,중문노인복지센터장
▲ 조영훈 전 CBS상무,중문노인복지센터장
필자가 일하고 있는 중문복지재단이 운영하는 경로무료급식소에 점심 식사하시러 오시는 분 중 별명이 '막차할머니'인 분이 있다. 급식소 배식시간이 오전 11시30분부터 12시30분까지인데, 배식이 종료되고 10여분 지난 후 오셔서 밥을 달라고 사정하시기에 붙여진 별명이다. 다른 분들은 모두 식사를 마치고 귀가하셨기에 자원봉사자들 틈에서 식사를 하고 가신다. 매번 늦게 오는 이유를 몇 차례 물어 보았지만 '불면증이 있어서 늦잠을 잔다'는 대답뿐이었다. 허리도 꾸부정하게 하고 다니고 모습도 깔끔하지 못해 나이가 들어 보이지만 실은 만 65세가 되지 않은 분이다. 본인 얘기로는 대전의 모 여상을 졸업했고 젊은 시절 잠시 공무원으로 근무한 경력도 있다고 자랑하시는 분이다.

이 할머니 때문에 봉사자들 사이에 자주 논란이 있다. 질서유지를 위해 배식시간이 지나면 식사를 드리지 말자는 의견과 배고파 오신 분이니 늦게라도 드리자는 의견의 대립이다.

이 분의 늦게 오시는 습관을 고쳐드리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했었다. 일찍 오시면 선물을 드리겠다는 약속, 어쩌다 배식시간 마감 직전에라도 오신 날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이론에 근거하여 박수를 쳐주며 칭찬을 듬뿍 해주기도 했으며 어떤 날은 징벌차원에서 배식시간이 지났다고 식사 제공을 거절하기도 했지만 전혀 변화가 없으시다. 이 '막차할머니'의 변화 없음을 안타까워하다가 문득 '다른 사람의 변화 없음을 탓하는 너는 생각만큼 행동 변화가 있는가?'라는 질문이 나를 강타하였다. 이 할머니 덕에 자신을 성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다. 나 자신도 스스로 세웠던 삶의 행동 원칙을 향해 제대로 변하지 못하면서 다른 사람의 변화만 기대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었다. 그리고 참으로 어려운 것이 습관을 바꾸는 것임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삶의 변화를 이끌 수 있을까?

서울대학교 김난도 교수는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에서 '삶의 변화는 결심이 아니라 연습이다'라고 하면서 '1-1원칙', 즉 하루에 한 시간씩 1년을 투자하면 무엇이든 잘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목표를 분명하게 갖고 꾸준히, 그리고 즐겁게 연습하듯 반복하면 변화는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도전 의욕을 갖게 해주는 좋은 원칙이다.

우리는 지난 7일 새벽 평창이 2018동계올림픽 개최지로 확정되는 기쁜 소식을 접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 2002년 월드컵축구, 다음 달 대구에서 개최되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이어 동계올림픽까지 유치하게 됨에 따라 4대 스포츠대회를 모두 개최하는 6번째 나라가 되었다.

여기서 우리는 차분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 있다. 스포츠대회 그랜드 슬램, 국민소득 2만 달러, 세계7대 무역 강국 등 기분 좋은 수식어들이 우리나라에 붙여지고 있지만, 진정 우리는 선진 국민다운 모습을 갖추고 있는가의 문제다.

법과 질서를 지키는 준법정신, 자연을 사랑하고 보호하는 환경의식, 먼저 양보하는 수준 높은 시민의식, 더 나아가 이웃에게 베풀 줄 아는 아름다운 이타심까지….

선진 국민으로 나가기 위해 우리에게 없는 것을 찾아보고, 그것들이 아직까지 없음을 아픔으로 느끼는 수준까지 나아가야 한다. 국민 모두가 같은 목표를 갖는 공동체성을 확보하고, 변화된 사회가 더 행복하다는 의식을 함께 갖자. 그리고 변화를 위한 연습을 빨리 시작하자.

동계올림픽 유치를 계기로 시민의식이 획기적으로 격상될 때 우리는 선진국 국민으로서 진정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오늘도 늦게 오실 '막차할머니'를 기다리며 나부터 먼저 변화를 위한 연습을 시작하자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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