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홍성군이 총 사업비 70억여원을 투입해 부지면적 2만596㎡에 건축면적 1002㎡ 규모로 고암 이응노 생가 기념관을 건립, 올 10월 개관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응노 생가 기념관은 고암의 부인 박인경씨로부터 작품 20여 점을 구입 또는 기증받는 등 모두 728점(작품 312점, 유물 416점)을 확보한 상태다.
이는 현재 대전 이응노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 528점보다 200점이나 많다. 이 때문에 지역 예술계에서는 '이응노 생가 기념관' 건립으로 인해 대전 이응노미술관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이응노미술관 측은 현대미술관으로서 고암의 예술세계를 연구·전시하는 '미술관'과 고암을 기념하는 박물관 형태의 '기념관'은 성격 자체가 다르다는 입장이다.
이응노 미술관 관계자는 “홍성 이응노 생가 기념관은 주로 고암의 초기 작품을 섭외해 출생에서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를 모습을 그리는 박물관 형태로 이뤄졌다”며 “문자추상 등 고암의 대표작품들을 소장하고 고암의 삶과 예술활동을 재조명하고자 건립된 이응노미술관과는 역할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실상 '대전 이응노미술관'과 '홍성 이응노 생가 기념관'의 차별성은 부각되지 않는 상태로, 두 곳 모두 역할과 위상 등 일정한 관계정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고암이 생전 작품 활동을 했던 예산군 덕산면 수덕사 인근 수덕여관 옆에도 고암의 작품을 전시하는 '수덕사 선 미술관'이 2010년 문을 여는 등 곳곳에 이응노 관련 미술관 등이 들어서 대전으로 집중이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대전시가 작품 기증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을 세우고 이응노미술관의 위상을 높이는데 주력해야 한다는 비판도 거세다. 이응노미술관은 59억원의 예산을 들여 2007년 건립됐지만, 명예관장인 박인경씨는 1년에 한두 차례 오가는 상황이며 작품 기증문제 또한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문화예술계 인사는 “일반적으로 이중섭 작가를 만나려면 제주도 이중섭 미술관으로 가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만, 대전에 이응노미술관이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라며 “곳곳에 이응노 화백의 미술관 또는 기념관이 생긴 가운데 대전 이응노미술관만의 경쟁력, 역할 등을 통해 위상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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