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정은 수년 전 저출산 문제가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각종 언론에 노출됐고, 막대한 후원금이 답지해 장밋빛 인생으로 비쳐졌지만, 정작 삶의 질은 밑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캄캄했다.
당시 이 가정이 각종 언론에 노출될 당시는 자녀가 12명이었다. 그러나 큰 딸이 불의의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경제적 역할을 담당하던 아버지마저 병이 들면서, 엄마 A씨는 11명의 자녀를 책임져야 했다. 이 후 가정의 화목도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했다.
큰 딸의 목숨과 바꾼 보상비와 가지고 있던 돈을 모두 털어 전셋집(4000만원)을 마련한 A씨와 11명의 자녀는 보금자리를 마련한 기쁨도 잠시 하루하루 고통의 시간이었다.
정부와 시가 주는 생필품과 쌀로 먹을거리는 충당할 수 있었지만, 가스비를 내지 못해 음식을 만들지 못할 때도 많았다.
한번은 큰딸(중3)이 가스가 끊겨 동네 슈퍼에서 부탄가스를 사려고 했지만 청소년에게는 판매하지 못한다는 가게 주인의 말에 펑펑 울기도 했다. 당시 체육 교사의 도움으로 간신히 부탄가스를 구입하기도 했다.
현재 11명의 자녀 중 2명의 자매(중3, 중2)는 최근 열린 전국소년체전 스프링보드에서 금메달과 동메달 4개를 거머쥔 수영 유망주다. 그러나 앞으로 수영을 계속할 지는 장담할 수 없다. 돈을 버는 엄마를 대신해서 초등학교에 다니는 5명의 보모 역할을 해야 하고 다이빙이 비인기종목이라 올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두 자매는 시합 때나 전지훈련을 갈 때는 집에 두고 온 5명의 동생이 눈에 밟혀 제대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할 때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훈련 때 나온 간식을 조금만 먹고 체육 가방 밑에 저금 하듯이 쌓아 놓는 버릇이 생겼다. 두 자매의 애틋한 사랑을 한 눈에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이 가정의 해체 여부는 정부와 아산시, 독지가들의 손에 달렸다. 아산시가 엘리트 체육을 육성하고 도시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유명 선수를 데려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지원책 마련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에는 한 방송사에서 이 가정의 일대기를 다루겠다는 제안도 있었지만, 엄마 A씨는 거절했다. 출연료라는 유혹에 잠시 망설이기도 했지만 자녀들이 받는 고통을 생각해 출연을 포기한 것이다.
한편 무책임한 출산이라는 질타도 있지만, 저 출산이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가정들이 잘 살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여론이다.
A씨 가정이 무차별적으로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학교이름을 적지 않았고 가명을 사용했음. 문의 041-534-9033)
/아산=김기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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