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민 특허청 차장 |
그러나 우리나라 글로벌 기업의 세계 시장점유율이 높아짐에 따라 외국기업의 견제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휴대전화 관련 외국 A사의 국내 S사에 대한 특허소송, LED관련 외국 O사의 국내 S사에 대한 특허소송 등 외국기업의 우리 글로벌 기업에 대한 특허소송을 통한 견제경향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글로벌 기업의 경우 특허분쟁의 결과에 따라 수억 달러가 왔다 갔다 할 수 있어 기업경영에 심대한 영향을 받게 된다.
우리나라는 특허, 상표, 디자인 등 지식재산권이 양적인 측면에서는 세계적인 수준이나, 질적인 측면에서 강한 지식재산권은 부족한 실정이다. 2010년 우리나라의 지식재산권 출원은 세계 4위, PCT 국제특허출원은 세계 5위임에도 불구하고, 2009년 우리나라의 기술수출액은 35억8000만 달러이고 기술도입액은 84억4000만 달러로 48억60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하여 그 적자규모가 2001년 20억2000만 달러에서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는 핵심·원천특허가 부족해 기술수출을 한 경우 특허사용권의 비중이 낮은 반면 기술도입을 하는 경우 특허사용권의 비중이 높은 것이 기술무역 적자를 부추기고 있다. 특히, 특허분쟁에서 확실히 승리할 수 있는 핵심·원천특허가 부족한 실정이다.
이렇듯 지식재산권의 양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질적인 측면에서 미흡한 것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있을 수 있으나 지식재산권을 바라보는 시각이 중요한 원인이 되지 않을까 한다. 그동안 특허, 디자인 등 지식재산권을 연구활동의 결과로 관리하거나 사업활동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용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특허 등 지식재산권을 바탕으로 기술거래, 특허경매, 특허관리 전문회사와 같은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함에 따라 지식재산권이 독립적인 수익 창출수단이 되고, 나아가 지식재산권 자체가 하나의 상품이 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국내기업들도 지식재산권을 바라보는 시각이 점차 바뀌고는 있으나 아직은 크게 확산되지 않고 있다. 다수 국내기업들의 경우 아직 기술개발과 그에 따른 상품 출시에 만족할 뿐, 기존의 특허정보를 활용한 전략적 기술개발, 강력하고 질 높은 지식재산권의 창출, 그리고 이를 활용하는 노력이 부족하다. 특허, 디자인권 등 지식재산권이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전략적 특허경영 인식이 부족한 편이다.
이러한 우리나라 기업현실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리도 연구·개발의 기획단계에서부터 강한 지식재산권을 획득하도록 전략적으로 추진하여 특허침해로 피소당하는 것을 예방하고, 미래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원천·핵심특허를 많이 확보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특허청은 2008년부터 '지재권 중심의 기술획득 전략' 사업을 통해 기업들의 핵심·원천 특허를 창출할 수 있는 방법론을 개발하고 이를 산업계에 전파하고 있다. '지재권 중심의 기술획득 방법론'은 해당 기술분야에서 미래 시장 및 기술·특허 동향을 종합적으로 분석·예측하여 최적의 특허 포트폴리오를 수립하고, 개별 특허의 획득전략을 제시하는 방법론이다. 핵심·원천특허가 효율적으로 창출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방법론이 산업계, 학계, 연구계에 더욱 확산될 필요가 있는데, 이달부터 지식재산기본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어서 이러한 방법론이 각계에 확산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단지 더 좋은 기술을 개발하고, 제품의 판매실적이 좋다고 해서 기업의 생존이 보장되는 시대는 지나갔다. 강력한 지식재산권으로 무장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핵심·원천 특허와 같은 강력한 지식재산권의 확보가 기업의 성공과 생존을 판가름 짓는 열쇠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