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당시 총재를 중심으로 신보수 정당을 표방하며 제1야당이 되겠다는 담대한 포부를 내세운 선진당은 창당대회에서 심대평 대표가 이끌던 국민중심당과의 합당을 의결하며 충청권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지역정당의 출발을 알렸다.
자유선진당은 이어 창당 직후 치러진 제18대 총선에서 대전·충남 지역 대부분의 의석을 석권(지역구 14석·비례대표 4석)하며 충청권 기반 정당의 화려한 부활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비록 총선 결과가 교섭단체 구성에까지는 이르지 못했지만, 선진당은 같은 해 8월 창조한국당과 공동 교섭단체를 구성하며 원내 제3당으로서의 입지를 구축해 나가기도 했다.
그러나 창조한국당과의 불완전한 동거는 오래가지 못했다.
이듬해 8월 30일 총리 기용설이 제기되던 와중에 심대평 대표가 '이회창 총재 중심의 당 운영'을 성토하며 전격 탈당했고, 선진당은 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했다.
이후 심대평 대표는 지방선거를 앞둔 지난해 3월 독자적으로 국민중심연합을 창당했고, 분열된 지역정당은 모두 지방선거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지역의 맹주' 자리에 안주해 왔던 선진당 내에서는 위기감이 급격히 확산됐고, 내부에서 용퇴론이 불거지자 이회창 대표가 대표직 사퇴 카드를 내밀었다 열흘 만에 당무에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그러나 올해 치러진 4·27 재보궐선거 결과는 결국 이회창 대표의 '백의종군' 선언으로 이어졌고, 선진당은 '충청권 정치세력의 통합'이라는 명분으로 심대평 대표와의 재결합에 나선 상태다.
창당 3년을 넘기며 존폐 위기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자유선진당은 지난 3년에 대한 엇갈린 평가에도 직면해 있다.
세종시 원안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사수 투쟁 등의 과정에서 나름의 투쟁력을 보여 왔지만, 교섭단체도 구성하지 못하는 소수 정당으로서정치력의 한계 등을 노정해 왔다는 것이다.
지난해 지방선거와 올해 재보궐선거에서 겨우 체면치레를 하는데 만족해야 했던 것이 바로 이런 과정에 대한 지역민의 평가다. /이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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