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두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선임연구원 |
꿀벌은 오래전부터 인류의 친구로서 달콤한 꿀을 맛보게 해주고 또한 벌집을 이루는 성분의 하나인 프로폴리스는 사람들의 질병예방이나 치료에 이용되어 왔다.
또한 각종 농산물의 수분(受粉)을 도와 다음 세대로 이을 수 있는 씨앗과 과실을 얻을 수 있게 도와주고 있다. 지금도 전 세계 주요 100대 농산물의 70%가 꿀벌의 수분에 의존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역시 꿀벌이 농산물의 수분에 기여하는 가치가 6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며 생태계 보전에 미치는 영향까지 생각한다면 그 가치는 수십조~수백 조원에 이를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꿀벌들이 사라지고 없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식량부족으로 전 세계의 대다수가 기아에 허덕이게 될 것이며, 인류 자체도 생존의 위협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런데 정말로 꿀벌들이 사라지고 있다. 미국, 타이완, 뉴질랜드 등에서는 몇 년 전부터 꿀벌의 수가 급격히 감소하였으며, 영국과 네덜란드에서도 꿀벌의 수가 80%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또한 작년부터 남쪽지방에서 꿀벌들이 사라지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올해는 우리나라 전 지역에서 꿀벌들의 개체수가 감소하는 현상이 발견되고 있다.
원인은 바이러스 감염 때문이다. 바이러스에 꿀벌 애벌레가 감염되면 낭충봉아부패병이 유발하여 성충이 되지 못하고 죽게 된다. 낭충봉아부패병 바이러스는 크게 중국낭충봉아부패병 바이러스와 낭충봉아부패병 바이러스로 나눌 수 있다. 낭충봉아부패병 바이러스는 주로 양봉을, 중국낭충봉아부패병 바이러스는 토종벌을 주로 감염시키는 특성을 갖고 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벌이 꽃가루나 꿀을 채취하는 과정에서 꽃에 바이러스를 묻히게 되고 이 꽃에 다른 벌이 접촉하게 되면 벌의 몸에 바이러스를 묻혀서 벌통 안으로 바이러스를 옮기게 된다. 어른 벌이 애벌레에게 꽃가루나 꿀을 먹여주는 과정에서 애벌레에 바이러스가 전염되고 애벌레에 들어간 바이러스는 급속도로 증식하여 결국 애벌레가 죽게 된다. 현재 중국낭충봉아부패병 바이러스는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중국, 아시아에 만연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직까지 중국낭충봉아부패병 바이러스를 효과적으로 없앨 수 있는 치료제가 개발되어 있지 않아 앞으로 이들 국가에서는 벌들의 생존과 심지어 토종벌의 멸종 가능성까지 우려되고 있다.
오랜 세월 우리와 함께 살아온 꿀벌이 없어진다면 과일을 비롯해 벌의 수분(受粉)에 의존하는 농작물은 거의 수확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온 산야에 피어있는 각종 꽃이나 나무들까지도 수분(受粉))이 되지 않아 점차 사라질 것이다. 꿀벌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과 파급피해는 올해 축산농가에 큰 피해를 입혔던 구제역의 피해규모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꿀벌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벌들의 사라짐은 이 땅에서 함께 살아온 모든 생명체의 생존과 연계된 위기다.
따라서 바이러스로부터 이들 꿀벌을 되살리기 위한 기술개발의 시급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더 늦기 전에 바이러스를 퇴치할 수 있는 물질을 찾고 해결책을 찾기 위한 연구개발에 적극 나서야 한다. 사람과 꽃, 자연의 친구인 꿀벌들이 애벌레에서 건강한 어른 벌이 되어 꿀을 찾아 윙윙거리는 날갯짓 소리가 다시금 힘차게 들리게 되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사람과 자연에 유익함을 주는 꿀벌, 부지런함의 상징인 꿀벌의 역할은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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