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전의 한 사립대 3학년에 재학 중인 A(24)씨는 학과에서 '슈퍼맨'으로 불린다. 등록금 마련을 위해 매일같이 하루 8시간 이상의 알바를 하면서도 수업에 빠지는 일이 없고 학점 또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A씨에게 아르바이트는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다.
#2. 대전권 사립대 2학년인 B(21)씨는 1학년부터 방학 때마다 해외봉사와 어학연수 등에 빠지지 않고 참여하고 있다. 전문직에 종사하는 부모의 경제적 뒷받침으로 취업준비를 위한 공부와 스펙쌓기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B씨는 치열한 '경쟁'에서 더 나은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17일 지역 대학가에 따르면 여름방학이 시작된 지 한달 남짓. 부모의 경제력에 따른 대학생들의 삶의 모습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 학생들은 등록금 마련을 위해 종일 알바로 내몰리는가 하면, 어떤 학생들은 해외어학연수나 인턴사원 등으로 스펙쌓기에 충실하고 있는 것이다.
A씨는 “방학 때 일용직 노동을 하면 하루 벌이가 괜찮은데 요즘은 긴 장마 때문에 일감이 없어 식당이나 성인오락실 등에서 알바를 하고 있다”며 “인터넷을 통해 조금이라고 더 많이 주는 알바를 찾게 되지만 경쟁이 치열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나마 방학이라는 심적 여유 때문에 더 고된 일도 마다 않고 돈을 쫓고 있는 것이다.
A씨에 비하면 B씨의 사정은 하늘과 땅 차이다.
B씨는 “부모님이 자수성가하셨는데 당신들께서 어렵게 공부하신 만큼 자식들은 하고 싶은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 주시려고 한다”며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한눈 팔지 않고 학업과 취업준비에 몰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사례는 비단 이들 두명의 학생 뿐만이 아니다.
부모의 경제력이 자식의 학력과 삶의 질을 더 크게 좌우하게 되면서 곳곳에서 빚어지는 사회현상이기 때문이다.
치솟은 대학 등록금 마련을 위해 상당수 대학생은 일찌감치 생존을 위한 치열한 싸움을 펼치고, 그나마 부모의 경제력이 있는 대학생들은 미래를 위한 준비에 시간을 쏟고 있는 것이다.
대학의 취업담당 관계자들도 이같은 '대학가의 두 얼굴'에 대해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우리 속담에 '개천에서 용 났다'가 요즘에는 소위 '개천에 용 없다'로 변화하는 것에 대해 대학생들도 이견을 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대학의 한 취업담당 직원은 “상당수 학생이 입학하는 순간부터 '생존'과 '경쟁'으로 나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이같은 현실은 IMF 이후부터 나타나기 시작해 최근에는 더욱 뚜렷해지는 추세다”고 말했다.
/이영록 기자 idolnamba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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