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주무관 비정규직 설움 달랜다

대전 45·충남 71명 노조가입… 고용불안·저임금 개선요구 내년부터 단체교섭 나설 듯

경찰 조직 내에서 경찰관 업무를 보조하는 무기계약직원 이른바 '주무관'들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노동조합을 결성,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찰청주무관노동조합은 이달 초 강원도 원주 모 연수원에서 출범식 및 위원장 취임식을 갖고 본격 활동에 돌입했다. 전국 경찰관서에 소속돼 있는 전체 주무관 2200여 명 가운데 1600여 명이 노조에 가입했다.

대전청에서는 주무관 55명 중 45명(83%), 충남청에서는 90여 명 가운데 71명이 노조에 동참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주무관들이 노조를 결성한 이유는 불안한 고용상태와 낮은 임금 등 자신들의 처우개선을 위해서다.

민영선 주무관노조 정책기획국장은 “57세까지 정년이 보장된다고 하지만 소속 관서의 예산변동에 따라 언제든지 해고될 수 있으며 실제 이같은 사례가 있다”고 불안한 고용여건에 대한 개선 필요성을 주장했다.

실제 경찰청 무기계약직 및 기간제 관리규칙 표준계약서에는 주무관들의 불안한 고용여건이 명시돼 있다.

이에 따르면 해고사유로 예산감축, 업무량 변화 등으로 고용조정이 필요한 때에는 재계약을 하지 않거나 계약기간 중에도 경찰의 일방적인 의사결정으로 이를 해지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또 근무실적 평가 결과 2회 이상 최하위 점수를 받으면 이 역시 해고사유가 된다.

이와 관련 대전청 한 주무관은 “불안한 고용상황은 대부분 특채형식의 주무관 채용제도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며 “이를 개선하려면 단계적으로 시험 등 일정한 채용제도를 만들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낮은 임금수준 역시 노조 결성의 불씨가 됐다는 분석이다. 주무관들은 근속연수에 따라 결정된 등급별로 임금을 차등 지급받는 데 10년 차 직원의 월급이 고작 150만원에 그칠 정도로 보수수준이 낮은 편이다. 주무관 노조는 지역별로 노조원 의견을 취합하고서 내년부터 본청을 상대로 단체교섭에 나설 예정이어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주무관은 공무원이 아닌 행정업무 보조 등의 역할을 하는 비정규직 직원”이라며 “해고사유가 있기는 하지만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근로계약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