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동일 지방분권촉진위원회 위원, 충남대 교수 |
대학생들은 지역의 질서를 존중하지 않았으며, 시끄럽고 무질서하고 싸움도 많이 벌였다고 한다. 그 결과, 기숙사 같은 대학의 시설이 들어서면 그 인근의 부동산 가치가 떨어졌다. 실제로 옥스퍼드, 예일 등의 대학들이 지역사회와 끊임없는 충돌을 일으키면서, “도시와 졸업가운”은 지역사회와 대학간의 불편한 관계를 상징하는 말이 되었다. 이 관계는 최근까지 이어왔다. 20세기 지식기반경제시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대학은 지역의 발전을 견인하는 소중한 기관으로 인정되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은 지역에서 대학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그 이유는 이렇다. 첫째, 훌륭한 기능을 가진 졸업생을 지역사회에 공급한다. 영국의 경우, 이러한 기여가 매년 13억 파운드(약 2조4000억 원)에 달한다고 계산하고 있다. 둘째, 대학은 새로운 첨단 비즈니스의 성장을 자극하고 기업가 정신을 촉진한다.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영국의 케임브리지가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셋째, 첨단연구와 개발활동을 통해 지역사회가 외부의 자본을 유치하는데 기여하며, 지역의 국제경쟁력을 강화시킨다. 또한, 지역에서 가장 큰 고용주가 되어 지역민들의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큰 효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대학은 더욱 중요한 기능을 발휘하고 있다. 대학은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지역에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생산하고 전파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지역의 세계화와 지식정보 수요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미래의 인재를 육성하여 지역발전의 주체가 되도록 하고 있다. 1000년의 대학 역사에서 이것은 최근에 나타난 현상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충청권 대학들은 괄목할 만한 성장을 했다. 그러나 최근 학생수가 감소하고 이로 인해 대학재정이 악화되고 교육과 연구의 질이 떨어져서 다시 지방대학을 외면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다. 여기에다 학부모와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 졸업생들의 취업 문제, 그리고 총장직선제의 미정착 등으로 각 대학마다 상당한 진통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지역대학들은 심각한 존립위기에 놓일 수 있다.
따라서, 지금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지역대학과 지역사회간 동반자적 협력관계를 공고히 하면서 지역발전에 적극 동참하는 일이다. 지역발전의 성패는 지역내 대학의 경쟁력에 달려있으며, 대학의 경쟁력은 지역의 발전과 지역민들이 보내주는 관심과 지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국가는 물론 충청권의 최대 과제는 세종시를 성공적으로 만드는 일이다.
세종시는 내년 7월 1일, 세계 도시역사에서 유례가 없는 세종특별자치시로 태어난다. 과밀화된 수도권 문제를 해결하고 국토균형발전이라는 중차대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조성하는 민족의 대역사다. 이에 따라, 세종시는 대한민국의 중심에서 통일 한국의 발전을 리드하는 주역이 되어야 한다. 특히, 세종시는 대전시, 충남·북과 함께 상생발전함으로써 충청권이 앞장서서 낙후된 비수도권에 활력을 주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게다가, 세종시 잔여지역의 불균형 문제를 시정하는 것을 포함해서 세종특별시가 명실상부한 행정중심도시와 과학도시가 되도록 제주특별자치도 이상의 특례조항을 구체적으로 만들어서 특별법에 담는 것도 서둘러야 한다.
이러한 숱한 과제들을 수도권 명문대학들이 모두 해결해 줄 수 없다. 그렇게 되어서도 안된다. 우리 지역에 소재한 카이스트 대학에만 모든 것을 미루어서도 안된다. 지역민의 관점에서 그리고 지역대학의 판단으로 연구와 개발과정에 적극 참여해서 세종시 발전을 주도해 나가야 한다. 그것은 지역대학의 당연한 권리이자 지역민이 지역대학에 요구하는 준엄한 의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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