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제헌절엔 꼭 태극기를 달자

제헌절을 맞아 대전시가 태극기 달기 운동을 전개한다는 소식은 반가우면서 한편 씁쓸하다. 나라의 상징인 태극기 게양은 나라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내고 나라사랑을 실천하는 가장 기초적인 일이다. 국민이라면 마땅히 해야 할 국기 게양이 어쩌다 자치단체가 나서서 독려해야하는 지경에 이르게 됐는지 착잡하다.

‘대한민국 국기에 관한 규정’은 3·1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 등 4대 국경일에 전 국민이 국기를 달도록 규정해놓았다. 또 1월1일과 국군의 날, 현충일에도 국기를 달며 정부가 따로 지정하는 날에도 국기를 게양하도록 돼있다. 그러나 국경일에도 태극기를 다는 가정이 적고 태극기 없는 아파트 사진이 뉴스가 되는 현실은 안타깝다. 무관심 속에 ‘안 달아도 그만’이라는 의식이 확산되고 있다. 태극기에 대한 교육이 부족했고 정부 또한 애국심 고취를 등한시하기 때문일 터다.

또 한 가지 씁쓸한 이유는 대전시의 태극기 달기 운동이 잊혀져가는 제헌절을 다시 상기시키기 위한 노력은 아닌가 싶어서다. 제헌절은 이제 청소년의 절반 이상이 어떤 날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날이 돼버렸다. 2007년부터는 공휴일에서 제외돼 관심이 더 줄었다.

우리나라의 헌법 제정 공포를 기념하는 이 날은 그 어떤 기념일보다 기억해야 할 소중한 날이다.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자유민주주의, 모두가 평등한 나라 대한민국을 탄생시킨 역사적인 날이기 때문이다. 통치구조는 물론이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행복 추구와 같은 가치가 모두 헌법에 근거하고 있다. 한국이 지금의 민주주의와 경제적 번영을 누리게 된 것도 헌법 위에서 가능했다. 그동안 헌법도 정파 이익을 위해 고쳐질 수 있다는 경시풍조가 일기도 했지만 제헌절의 의미가 폄하되어선 곤란하다.

대전시는 시 전역에 태극기가 물결칠 수 있도록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했다. 꼭 태극기 물결을 이뤄 시민의 나라사랑이 충천했으면 좋겠다. 제헌절 아침, 국기를 달며 ‘헌법의 가치’를 생각해봤으면 한다. 국가는 시민이 주인의식을 가질 때 든든하게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