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들에 제2인생 '희망 설계'

노숙인들에 제2인생 '희망 설계'

술·도박 등 사회 부적응자 25명 자활의지 도와 “취직해서 독립하는 모습 볼때면 감동 그 자체”

  • 승인 2011-07-14 17:47
  • 신문게재 2011-07-15 5면
  • 김민영 기자김민영 기자
[창간 60주년 나눔사회캠페인 365일 36.5도 - 야곱의 집 윤양수 목사]

“작은 물방울이 모이면 바위를 뚫지 않습니까? 작은 희망이라도 있으면 안된다고 포기하기 보다는 바꾸기 위한 노력을 하려고요.”

야곱의집 윤양수 목사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이들의 '아버지'다. 스무살의 어린 학생부터 60이 넘은 지긋한 어르신까지 술과 도박, 사업 실패 등으로 갈 곳 없어 방황하는 25명의 마음의 상처를 가진 이들을 돌보고 있다.

▲ 노숙자 쉼터인 야곱의 집 윤양수 목사가 몸이 불편한 입소자를 돌보고 있다. 야곱의 집에는 25명의 사회 부적응 입소자들이 생활하며 자활 의지를 펼치고 있다.
▲ 노숙자 쉼터인 야곱의 집 윤양수 목사가 몸이 불편한 입소자를 돌보고 있다. 야곱의 집에는 25명의 사회 부적응 입소자들이 생활하며 자활 의지를 펼치고 있다.
윤 목사는 대전 산성동에서 20여년간 교회를 운영해오던 평범한 목사였다. 목회를 하며 다양한 사명 의식을 가졌지만 마음 한 구석으로 늘 나눔이 목말라 있었던 그다.

그러던 어느날 노숙자 쉼터인 야곱의 집을 운영하던 목사가 해외 선교를 떠나면서 급히 이전지를 물색하고 있었다. 윤 목사는 소식을 전해듣고 선뜻 야곱의집 운영 의사를 밝혔다. 2008년 윤 목사와 야곱의 집은 이렇게 인연을 맺었다.

밝은 면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목회를 했을 때만 하더라도 어려움이 없었지만, 노숙인들이 교회에 모이기 시작하자 신도들이 떠나가기 시작했다. 무려 70%의 일반 신도들이 교회를 옮겼갔다.

하지만 윤 목사는 이들을 포기할 수 없었다. 술과 도박에 노출돼 있다 이곳에 들어와 직업도 갖고 자활하는 모습을 볼때면 그 어떤 뿌듯함과 감동을 느꼈기 때문이다.

속옷 한장 없이 들어왔다 직접 일을 하고 자립비용을 마련해 독립하는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다.

윤 목사는 “사업 부도로 방황하던 청년이 들어와 학원 강사로 활동하고 있고, 주유소의 책임자로 일하는가 하면, 육가공 회사에 취직해 번듯하게 사회에 적응하고 있다”며 “겉으로 보기에 멀쩡해 보이기 때문에 이 시설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가진 이들도 많지만, 이들을 위한 시설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얼마전 그는 노숙인들의 자활을 돕기 위해 계룡시 엄사면에 자활농장을 만들었다. 닭과 오리 등을 양육하며 입소자들의 건강도 지키고 일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한 시도였다. 하지만 동네사람들의 반대로 자활농장은 부지만 임대한채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마을 상수원 위에 농장이 있을 경우 상수원을 오염시킬 수 있고, 노숙자 시설이라는 혐오감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그는 “개인을 위한 생업이라면 끝까지 투쟁하겠지만, 사람을 도와주기 위한 농장을 이해하지 못하고 반대하는 모습이 안타깝다”라며 “마을사람들의 설득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야곱의 집은 현재 사회복지시설로 등록돼 보조를 받고 있지만, 보조의 수준은 극히 미흡하다. 노숙인들의 식사 한끼 보조금액은 1500원. 그것도 하루에 두끼만 제공된다. 10년전 가격이 지금껏 인상되지 않고 있다.

윤 목사는 “야곱의 집은 수익사업이 아닌만큼 이들이 좀더 잘먹고 잘 지내는 것을 바라는 것 보다는 상담치료와 재활프로그램 등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으면 한다”라며 “자치단체와 복지 관계자들이 더욱 관심을 갖고 사각지대로 남아있는 사회 부적응자를 위한 노력을 기울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2.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3. [기고] 공무원의 첫발 100일, 조직문화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4.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5. JMS 정명석 성범죄 피해자들 손해배상 민사소송 시작
  1. 대전보건대, 대학연합 뉴트로 스포츠 경진·비만해결 풋살대회 성료
  2.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3. 한국자유총연맹 산내동위원회, '사랑의 반찬 나눔' 온정 전해
  4. 구본길에 박상원까지! 파리 펜싱 영웅들 다모였다! 대전서 열린 전국 펜싱대회
  5. 대전시, 여의도에 배수진... 국비확보 총력

헤드라인 뉴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27일 낮 12시께 눈발까지 흩날리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전 중구 한 교회의 식당은 뜨끈한 된장국에 훈훈한 공기가 감돌았다. 식당 안에서는 대전자원봉사연합회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부지런히 음식을 나르며 어르신들을 대접하고 있었다. 150여 명의 어르신이 빼곡히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기다렸다. 얇은 패딩과 목도리 차림인 어르신들은 강한 바람을 뚫고 이곳까지 왔다고 한다. "밥도 같이 먹어야 맛있지." 한 어르신이 식당에 들어서자 자원봉사자가 빈자리로 안내했다. 이곳에 오는 대부분은 75세 이상의 독거 노인이다. 매일 혼..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창단 후 첫 K리그1 승격에 도전하는 충남아산FC가 승강전 홈경기를 앞두고 관심이 뜨거워 지고 있다. 충남아산FC는 28일 대구FC와 승강전 첫 경기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홈 경기로 치른다. 홈 경기장인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 잔디 교체 공사로 인해 임시 경기장으로 천안에서 경기를 하게 됐다. 승강전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28일 홈 경기 사흘 후인 12월 1일 대구로 이동해 어웨이 경기를 치른다. 승리수·합산 득실차 순으로 최종 승격팀을 정하게 되며 원정 다득점 규정은 적용하지 않아 1·2차전 결과에 따라 연장전 또는 승부차기까지..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 시도가 2027년 열리는 하걔세계대학경기대회 성공 개최를 재차 다짐했다. 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원회(위원장 강창희, 이하 조직위)는 27일 대전 호텔 ICC 크리스탈볼룸에서 2024년 제2차 위원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회는 지난 3월 강 위원장이 조직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처음 개최된 것이다. 행사에는 대전시 세종시 충남도 충북도 등 충청권 4개 시도 부지사와 대한체육회 부회장, 대한대학스포츠위원회 위원장, 시도 체육회장, 시도의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강 위원장과 조직위원회 위원이 공식적으로 첫..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