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헌법 정신의 기본은 더 좋은 민주주의 확립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안희정]헌법 정신의 기본은 더 좋은 민주주의 확립

[기고]안희정 충남도지사

  • 승인 2011-07-14 14:44
  • 신문게재 2011-07-15 20면
  • 안희정 충남도지사안희정 충남도지사
▲ 안희정 충남도지사
▲ 안희정 충남도지사
모레는 우리나라 헌법이 제정된 지 63주년 되는 날이다. 헌법은 국가최고의 상위법으로 통치의 기준이 되고, 국민의 자유와 평등을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다. 헌법에 의해 비로소 국회와 정부, 법원, 헌법재판소 등 중요 국가기관이 구성되고, 국민이 향유하는 자유와 권리를 기본권으로 구체화한다.

그래서 정치가와 공직자라면 늘 헌법 책을 가까이 하고 상고해야한다. 도지사로서 필자도 헌법 책을 늘 가지고 다니며, 수시로 헌법전문을 읽어보거나 헌법에서 우리에게 명령한 민주주의에 대해서 생각을 하곤 한다.

1948년 헌법 제정 이래로 우리 국민은 헌법정신과 가치를 지키기 위해 싸웠다. 불의한 독재정권의 헌법유린에 의연히 맞섰고, 마침내 87년 6월 훼손되었던 헌법을 국민의 헌법으로 회복시켰다. 그렇다면 우리 국민이 지키고자했던 헌법 정신의 본질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바로 민주주의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구절로 시작되는 우리 헌법의 내용적 구성은 바로 민주주의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의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말 그대로 주권재민의 원칙이 확립되는 것이다. 첫번째 출발은 국민들의 투표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인데, 이것이 자리 잡게 되는 데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대한민국에서는 이제 군대의 총·칼로 대통령이 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대통령이라는 이름의 임금이 군림하는 사회도 종식됐다. 국민의 정부로 인해 여야간 평화적 정권교체가 이뤄져 명실상부한 선거제도가 확립되었고,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법위에 군림하던 특권의 청산도 이뤄졌다. 마침내 1단계 절차적 민주주의가 확립된 것이다.

1단계 민주주의의 완성은 2단계 민주주의의 출발을 의미한다. 2단계 민주주의의 핵심은 대화와 타협, 참여와 분권의 원리가 지켜지는 더 좋은 민주주의를 만드는 일이다.

지난 20세기 우리 역사는 이념과 지역에 갇혀 대립과 갈등의 시대를 보냈다. 이로 인해 선악의 관점으로 상대방을 대하고, 절대주의적 가치관만을 고수하려 하는 관행이 쌓이게 되었다. 이러한 낡은 태도로는 결코 성숙한 민주주의로 나아갈 수 없다. 대화와 타협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너도 옳고 나도 옳을 수 있고, 나도 그를 수 있고 너도 그를 수 있다는 상대주의적 가치관이 요구된다. 또한 다양성을 끊임없이 인정하려고 하는 열린 자세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통해 생산적인 토론이 가능할 것이다.

2단계 민주주의의 또 하나의 핵심은 '갑을 민주주의'의 청산이다. 시민들의 참여는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동력이라 할 수 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자세로 시민들이 직접적으로 참여할 때, 민주주의는 한층 성숙되는 것이다. 이러한 시민들의 참여를 위해서는 투명한 행정과 정보공유가 선행되어야 한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20세기적 낡은 상식을 버리고, 시민이 함께 해야 더 좋은 민주주의가 가능하다는 신념을 가져야 한다.

대화와 타협, 참여를 완성시키는 것이 바로 다수결주의다. 다수결주의는 단순히 수적 우위에 의한 힘의 논리가 아니다. 다수결주의가 되려면 소수파도 존중받아야 하고, 다수결의 결정력도 존중받아야 한다. 따라서 다수결주의가 현실에서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다수파의 주장이 사회의 합리적 상식에 기초해야 한다. 또한 언론의 자유, 공정 선거, 소수파의 자유로운 의견개진이 가능해야 한다. 선진 민주주의 국가들은 200~300년의 역사를 통해 이러한 다수결의 정신을 정착시켜왔다. 우리도 이러한 정신으로 약자를 포용하고 배려할 수 있어야 하고, 승자에게 승복할 수도 있어야 한다.

성숙한 민주주의는 국민을 이롭게 하고, 국민을 이롭게 하는 것이 바로 헌법정신을 제대로 구현하는 것이다. '강한 자 바르게 하고, 약한 자에게 힘 주는' 것이 민주주의의 정신이며, 올바른 법치다. 이는 또한 명실상부한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뜻 깊은 제헌절을 맞아 우리 국민 모두가 헌법 속에 깃든 민주주의의 정신과 가치를 다시 한 번 상고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2.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3. [기고] 공무원의 첫발 100일, 조직문화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4.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5. JMS 정명석 성범죄 피해자들 손해배상 민사소송 시작
  1. 대전보건대, 대학연합 뉴트로 스포츠 경진·비만해결 풋살대회 성료
  2.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3. 한국자유총연맹 산내동위원회, '사랑의 반찬 나눔' 온정 전해
  4. 구본길에 박상원까지! 파리 펜싱 영웅들 다모였다! 대전서 열린 전국 펜싱대회
  5. 대전시, 여의도에 배수진... 국비확보 총력

헤드라인 뉴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27일 낮 12시께 눈발까지 흩날리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전 중구 한 교회의 식당은 뜨끈한 된장국에 훈훈한 공기가 감돌았다. 식당 안에서는 대전자원봉사연합회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부지런히 음식을 나르며 어르신들을 대접하고 있었다. 150여 명의 어르신이 빼곡히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기다렸다. 얇은 패딩과 목도리 차림인 어르신들은 강한 바람을 뚫고 이곳까지 왔다고 한다. "밥도 같이 먹어야 맛있지." 한 어르신이 식당에 들어서자 자원봉사자가 빈자리로 안내했다. 이곳에 오는 대부분은 75세 이상의 독거 노인이다. 매일 혼..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창단 후 첫 K리그1 승격에 도전하는 충남아산FC가 승강전 홈경기를 앞두고 관심이 뜨거워 지고 있다. 충남아산FC는 28일 대구FC와 승강전 첫 경기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홈 경기로 치른다. 홈 경기장인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 잔디 교체 공사로 인해 임시 경기장으로 천안에서 경기를 하게 됐다. 승강전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28일 홈 경기 사흘 후인 12월 1일 대구로 이동해 어웨이 경기를 치른다. 승리수·합산 득실차 순으로 최종 승격팀을 정하게 되며 원정 다득점 규정은 적용하지 않아 1·2차전 결과에 따라 연장전 또는 승부차기까지..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 시도가 2027년 열리는 하걔세계대학경기대회 성공 개최를 재차 다짐했다. 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원회(위원장 강창희, 이하 조직위)는 27일 대전 호텔 ICC 크리스탈볼룸에서 2024년 제2차 위원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회는 지난 3월 강 위원장이 조직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처음 개최된 것이다. 행사에는 대전시 세종시 충남도 충북도 등 충청권 4개 시도 부지사와 대한체육회 부회장, 대한대학스포츠위원회 위원장, 시도 체육회장, 시도의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강 위원장과 조직위원회 위원이 공식적으로 첫..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