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민 ]'빨리 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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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민 ]'빨리 빨리'

[중도프리즘]이희민 우송정보대 외래교수

  • 승인 2011-07-14 14:43
  • 신문게재 2011-07-15 21면
  • 이희민  우송정보대 외래교수이희민 우송정보대 외래교수
▲ 이희민  우송정보대 외래교수
▲ 이희민 우송정보대 외래교수
'빨리 빨리'라는 단어는 모든 사람들이 바로 알아듣고 바로 행동을 취하기 때문에 전 세계인의 공통어가 되었다. 이는 우리 민족의 급한 성격 뿌리인 '냄비근성'을 닮은 탓이 아닐까 생각 한다.

“너 빨리 가서 담배 한 갑 빨리 사가지고 빨리 와라.”

“기사양반 지금 급하니까 빨리빨리 좀 갑시다.”

“아주머니 자장면 하나 빨리 주세요.”

말끝마다 '빨리 빨리'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는다.

해외에 출장이나 여행을 가서도 '빨리 빨리'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한국인이 많이 왕래하는 면세점 및 기념품을 판매하는 곳의 점원들은 '빨리 빨리'라는 단어를 알아들음은 물론, 한국 사람을 보면 간혹 놀려대기도 하고 농담으로 바쁜 모습을 행동으로 보여주기도 할 정도라고 한다.

우리는 이와 같이 성격이 급한 민족이라고 볼 수 있다. 에스컬레이터의 올라가는 속도를 참지 못해 그 위에서 다시 걷는가 하면 화장실 입구에서부터 지퍼를 내리면서 들어갔다가 나오면서 지퍼를 올리는 모습은 꼴불견 중에도 아주 보기 민망한 모습 중의 하나다.

또한 엘리베이터를 타서보면 버튼 중에 'close'(닫힘)가 제일 많이 눌려서 글씨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닳아 있는 것을 우리는 자주 목격할 수가 있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조금의 기다림을 참지 못하고 사정없이 버튼을 누르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리고 서양 사람들이 볼 때 걸음걸이가 제일 빠르면 한국인이라고 할 정도로 매사에 한국 사람들은 빨리 걷는다. 바쁜 일이 있어도 그렇지만 항상 시간에 얽매이게 생활을 하다보면 습관적으로 그럴 수 밖에 없다. 식당에서도 한국 사람은 금방 표시가 난다. 식사를 빨리 먹기를 원하기 때문에 자리에 앉기도 전에 음식을 재촉한다. 음식 또한 밥과 국이 따로따로 있는 것 보다는 밥과 국이 함께 들어있는 설렁탕·곰탕·추어탕 등 탕 종류의 음식을 선호한다.

남들이 흉보는 우리의 급한 마음의 성격 '빨리 빨리' 문화는 아마도 광복 이후에 그렇게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통행금지 때문에 하루 일은 밤 12시 이전에 모두 마감을 해야 하니 '빨리 빨리' 서둘러서 끝내야 한다. 음주약속도 마찬가지다. 12시가 되기 전에 집으로 되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음주를 하는 문화도 많이 변했다. 빨리 마시기 위해 폭음의 습관과 빨리 취하기 위해서 폭탄주(소주+맥주)를 제조해서 마시는 것도 생겨났다. 다정하게 이야기 꽃을 피우면서, 맛을 음미해 가면서 즐겁게 마시는 음주문화로 탈바꿈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남들이 흉보는 우리의 '빨리 빨리' 문화가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의 경제를 이렇게도 짧은 시간 안에 발전시킨 원동력이 되었다고 본다.

하루를 25시간, 한 달을 32일, 1년을 13달로 생각하고 달렸기 때문에 오늘날 우리경제가 눈부신 발전을 하고 생활 소득이 높아져서 과거에 비해 잘 먹고 잘사는 나라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빨리 빨리' 문화가 일명 '설사'라고 하는 부작용을 초래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오늘날 사회 여러 분야에 걸쳐 '빨리 빨리' 뛰는 모습들이 사라져가는 것이 때로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아직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가기에는 조금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현재 우리의 처지로서는 예전처럼 '빨리 빨리' 서두르는 문화 보다는 조금은 늦더라도 부정이 없는 참되고 진실성 있는 나라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특히 현재 우리사회는 정규 휴일제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많아졌고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각종 휴일제도가 많이 만들어져 있다. 쉬지 않고 계속해서 열심히 노력하면서 뛰어만 간다면 현재 우리의 희생 없이 어떻게 다음 세대가 잘 살기를 바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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