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환]외모지상주의 편견과 차별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이윤환]외모지상주의 편견과 차별

[중도춘추]이윤환 건양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 승인 2011-07-14 14:18
  • 신문게재 2011-07-15 20면
  • 이윤환 건양대 경찰행정학과 교수이윤환 건양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 이윤환 건양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 이윤환 건양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공자는 '신체발부는 수지부모이니 불감훼상이 효지시야'라 하여 부모에게서 받은 몸을 소중히 여겨 함부로 손상시키지 않는 것이 바로 효도의 시작이라고 가르쳤다. 하지만 오늘날 그러한 가르침은 역사의 유물이 되고 말았다. 소위 루키즘이라 일컬어지는 외모지상주의 때문이다.

미국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인 '윌리엄 새파이어'는 자신의 칼럼에서 루키즘을 현대의 새로운 차별 요소로 지목하며 과거에는 인종과 성, 종교, 이념 등이 세계의 불평등을 초래했지만 21세기에는 외모가 불평등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을 반영하듯 우리사회에 얼짱을 비롯한 몸짱 열풍, 성형 중독증, 다이어트 강박증 등의 외모집착 현상이 나타났다. 외모지상주의는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외모에 대한 열등의식과 갈등을 키우게 되며 성차별 이상으로 외모를 근거로 차별하는 사회를 만들 가능성이 있다.

사람이 다른 사람의 외모, 특히 이성의 외모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아마 인간의 본성에서 기인되는 현상일 것이다. 아름다운 외모와 건강한 신체는 좋은 유전자의 결과이고 그러한 유전자를 선호하는 것은 진화론적 관점에서 이해될 수 있다. 경국지색이란 말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아름다운 외모는 나라를 기울어지게 할 정도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 외모의 경쟁력은 그 뿌리가 매우 오래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외모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반영하는 외모지상주의가 광범위하고 무차별적으로 확산되면서 다수의 사람들이 외모를 개인의 중요한 능력으로 치부하고 취직이나 결혼, 대인관계 등 인생의 주요 지점에서 성패를 좌우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 이러한 사회분위기가 자라나는 청소년이나 대학생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취업 준비생이 면접관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성형수술을 하는 것이 취업 준비의 필수요건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 직장인들도 외모를 경쟁력으로 생각하여 휴가를 이용한 성형수술과 다이어트를 실행하는 사람들이 주변에서 흔히 발견된다. 전국 여대생을 대상으로 한 어느 설문조사에 따르면 절반이 넘는 52.5%가 성형수술을 했고, 82.1%가 향후 성형수술을 희망하고 있다고 한다. 성형의 주된 이유가 자신감을 얻기 위해서라고 하니 우리사회에 외모지상주의가 얼마나 만연되어 있는지 알 수 있다. 외모지상주의의 부작용으로 청소년들이 겉모습만 보고 잘난 사람과 못난 사람으로 평가하여 차별하는 비정상적인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이러한 차별로 인해 많은 청소년들은 마음에 큰 상처를 입거나 유행에 뒤처지지 않으려고 과소비를 하게 된다.

외모지상주의는 정치권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일부 정치인 중에는 정치본래의 재능인 지성이나 통찰력, 리더십과는 관련 없는 외모라는 자본에 의해 공천되고 당선되기도 하였다. 검증되지 않은 얼짱 연예인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사례도 여럿이지만 그들이 우리 정치사에 어떠한 업적을 남겼는지 뚜렷한 기억이 없는 걸 보면 그다지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한 것 같지는 않다. 그림의 떡이 맛있어 보이는 것은 떡이 현실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얼짱도 화면 안에 있을 때나 가치가 있다. 얼굴이 잘생겼다는 것은 외모에 한정하여 평가해야 한다. 단지 얼짱이란 이유로 모든 능력까지 과대평가된다면 얼짱이 아닌 사람 입장에서는 매우 억울한 일이다.

아름다움이란 이름의 편견이 인간의 영혼을 지배함으로써 나타나는 폐해는 결코 적지 않다. 우리 사회에 불고 있는 외모지상주의의 폐단을 꼼꼼히 살펴 이를 최소화하거나 개선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외모로 인한 편견과 차별을 없애고 개인의 능력을 앞에 세우는 사회를 만들 때 진정한 사회적 정의와 평등을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2.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3. [기고] 공무원의 첫발 100일, 조직문화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4.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5. JMS 정명석 성범죄 피해자들 손해배상 민사소송 시작
  1. 대전보건대, 대학연합 뉴트로 스포츠 경진·비만해결 풋살대회 성료
  2.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3. 한국자유총연맹 산내동위원회, '사랑의 반찬 나눔' 온정 전해
  4. 구본길에 박상원까지! 파리 펜싱 영웅들 다모였다! 대전서 열린 전국 펜싱대회
  5. 대전시, 여의도에 배수진... 국비확보 총력

헤드라인 뉴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27일 낮 12시께 눈발까지 흩날리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전 중구 한 교회의 식당은 뜨끈한 된장국에 훈훈한 공기가 감돌았다. 식당 안에서는 대전자원봉사연합회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부지런히 음식을 나르며 어르신들을 대접하고 있었다. 150여 명의 어르신이 빼곡히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기다렸다. 얇은 패딩과 목도리 차림인 어르신들은 강한 바람을 뚫고 이곳까지 왔다고 한다. "밥도 같이 먹어야 맛있지." 한 어르신이 식당에 들어서자 자원봉사자가 빈자리로 안내했다. 이곳에 오는 대부분은 75세 이상의 독거 노인이다. 매일 혼..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창단 후 첫 K리그1 승격에 도전하는 충남아산FC가 승강전 홈경기를 앞두고 관심이 뜨거워 지고 있다. 충남아산FC는 28일 대구FC와 승강전 첫 경기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홈 경기로 치른다. 홈 경기장인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 잔디 교체 공사로 인해 임시 경기장으로 천안에서 경기를 하게 됐다. 승강전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28일 홈 경기 사흘 후인 12월 1일 대구로 이동해 어웨이 경기를 치른다. 승리수·합산 득실차 순으로 최종 승격팀을 정하게 되며 원정 다득점 규정은 적용하지 않아 1·2차전 결과에 따라 연장전 또는 승부차기까지..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 시도가 2027년 열리는 하걔세계대학경기대회 성공 개최를 재차 다짐했다. 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원회(위원장 강창희, 이하 조직위)는 27일 대전 호텔 ICC 크리스탈볼룸에서 2024년 제2차 위원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회는 지난 3월 강 위원장이 조직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처음 개최된 것이다. 행사에는 대전시 세종시 충남도 충북도 등 충청권 4개 시도 부지사와 대한체육회 부회장, 대한대학스포츠위원회 위원장, 시도 체육회장, 시도의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강 위원장과 조직위원회 위원이 공식적으로 첫..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