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윤환 건양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
미국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인 '윌리엄 새파이어'는 자신의 칼럼에서 루키즘을 현대의 새로운 차별 요소로 지목하며 과거에는 인종과 성, 종교, 이념 등이 세계의 불평등을 초래했지만 21세기에는 외모가 불평등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을 반영하듯 우리사회에 얼짱을 비롯한 몸짱 열풍, 성형 중독증, 다이어트 강박증 등의 외모집착 현상이 나타났다. 외모지상주의는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외모에 대한 열등의식과 갈등을 키우게 되며 성차별 이상으로 외모를 근거로 차별하는 사회를 만들 가능성이 있다.
사람이 다른 사람의 외모, 특히 이성의 외모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아마 인간의 본성에서 기인되는 현상일 것이다. 아름다운 외모와 건강한 신체는 좋은 유전자의 결과이고 그러한 유전자를 선호하는 것은 진화론적 관점에서 이해될 수 있다. 경국지색이란 말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아름다운 외모는 나라를 기울어지게 할 정도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 외모의 경쟁력은 그 뿌리가 매우 오래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외모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반영하는 외모지상주의가 광범위하고 무차별적으로 확산되면서 다수의 사람들이 외모를 개인의 중요한 능력으로 치부하고 취직이나 결혼, 대인관계 등 인생의 주요 지점에서 성패를 좌우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 이러한 사회분위기가 자라나는 청소년이나 대학생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취업 준비생이 면접관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성형수술을 하는 것이 취업 준비의 필수요건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 직장인들도 외모를 경쟁력으로 생각하여 휴가를 이용한 성형수술과 다이어트를 실행하는 사람들이 주변에서 흔히 발견된다. 전국 여대생을 대상으로 한 어느 설문조사에 따르면 절반이 넘는 52.5%가 성형수술을 했고, 82.1%가 향후 성형수술을 희망하고 있다고 한다. 성형의 주된 이유가 자신감을 얻기 위해서라고 하니 우리사회에 외모지상주의가 얼마나 만연되어 있는지 알 수 있다. 외모지상주의의 부작용으로 청소년들이 겉모습만 보고 잘난 사람과 못난 사람으로 평가하여 차별하는 비정상적인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이러한 차별로 인해 많은 청소년들은 마음에 큰 상처를 입거나 유행에 뒤처지지 않으려고 과소비를 하게 된다.
외모지상주의는 정치권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일부 정치인 중에는 정치본래의 재능인 지성이나 통찰력, 리더십과는 관련 없는 외모라는 자본에 의해 공천되고 당선되기도 하였다. 검증되지 않은 얼짱 연예인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사례도 여럿이지만 그들이 우리 정치사에 어떠한 업적을 남겼는지 뚜렷한 기억이 없는 걸 보면 그다지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한 것 같지는 않다. 그림의 떡이 맛있어 보이는 것은 떡이 현실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얼짱도 화면 안에 있을 때나 가치가 있다. 얼굴이 잘생겼다는 것은 외모에 한정하여 평가해야 한다. 단지 얼짱이란 이유로 모든 능력까지 과대평가된다면 얼짱이 아닌 사람 입장에서는 매우 억울한 일이다.
아름다움이란 이름의 편견이 인간의 영혼을 지배함으로써 나타나는 폐해는 결코 적지 않다. 우리 사회에 불고 있는 외모지상주의의 폐단을 꼼꼼히 살펴 이를 최소화하거나 개선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외모로 인한 편견과 차별을 없애고 개인의 능력을 앞에 세우는 사회를 만들 때 진정한 사회적 정의와 평등을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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