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호택 전 국제로타리 3680지구 총재, 연세소아과병원장 |
그런데 이 사람이 시베리아에 건설된 조선인들의 정착촌을 방문해서 너무나 청결하고 질서정연하고 의욕적으로 살아가는 주민들을 보고는 '이 사람들이 정말 조선인들이냐?'고 반문할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비숍은 정착촌에서는 정부의 간섭이 없는 상황에서 자율적으로 사회를 구성한 것이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는 것으로 너무나 달라진 조선 민중의 모습을 분석했다.
철학자 탁석산 박사는 이런 모습을 실용주의로 해석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강조하는 실용주의는 실상은 '현장주의'에 다름 아니지만 최근 100년 간의 모습을 볼 때 우리의 국민성은 애초부터 철저하게 실용적이라는 것이다. 조선 말기에는 양반들의 착취가 심했기 때문에 어차피 농사를 잘 지어 봐야 수탈당하는 양만 늘어날 것이기에 열심히 일을 하지 않고 게을렀던 것이다. 내가 열심히 일하면 그만큼 소득이 늘어나는 사회 구조에서는 부지런하고 똑똑하고 의욕적으로 일하는 시베리아 정착민이 되었다고 한다. 너무나 다른 이 두 모습이 모두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이방인인 비숍은 아마도 이해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지난 100년 간의 한국인은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멋진 역사의 창조자였다. 그 과정에 뼈를 깎는 아픔과 생각해보면 참으로 서러운 많은 일들을 겪었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룬 창조이기에 더욱 자랑스럽다. 강원도 평창이 이전삼기 끝에 동계올림픽 주최지로 선택되는 과정을 보면서 새삼 한국인의 저력을 느낀다. 2002년 월드컵을 비롯해서 우리가 스스로의 폭발력과 응집력을 확인한 사건은 많이 있다. 이 에너지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식민지에서 벗어난 수많은 국가 중에서 어떤 나라도 이루지 못한 선진국 진입의 꿈을 현실로 이룰 나라는 한국뿐이라는 평가를 받게 된 힘일 터다.
여행하다 보면 충남의 북쪽 지방은 공장이 새로 들어서고 아파트가 순식간에 우뚝우뚝 솟아오르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반면에 남쪽 지방은 그 활력이 너무 부족하다. 전임 이완구 지사는 남쪽 지방만 생각하면 '이 지역들을 어떻게 발전시킬까' 하는 생각에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내가 살고 있는 금산은 인삼의 특산지라는 특혜를 최대한 이용하는 농촌 중에서는 비교적 활발한 고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적 불경기와 지난 겨울에 받은 인삼밭의 냉해 여파로 경제활동이 예전 같지 않다. 2006년에도 그랬다. 경기는 나쁘고 인삼의 소비는 줄어 재고가 쌓일 정도로 지역경제가 힘들었다. 오죽하면 부도와 야반도주로 이어지는 각종 괴담 수준의 유언비어들이 난무했겠는가. 이 어려운 지역경제를 헤쳐 나갈 수 있었던 원동력이 바로 '2006 금산세계인삼엑스포'였다. 대박친 인삼엑스포 덕에 금산은 큰 고비를 넘기고 확실한 경제적 기반을 닦았다.
5년이 지난 지금 그 약발이 많이 떨어진 것 같다. 다시 지역경제가 어렵다.
이제 5년 만에 '2011 금산세계인삼엑스포'가 다시 열린다. 9월 2일부터 한 달간이다. 안희정 지사는 충남도민 전체의 역량을 총집결시켜 반드시 대성공이라는 평가를 받는 엑스포를 치러내자고 역설한다. 한국인의 실용주의가 이 나라를 이만큼 발전시켜왔듯이 충청도 사람들의 자부심과 자존심을 인삼엑스포의 성공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
모든 충청도 사람들이 가을에 금산에 모여 인삼튀김 한 뿌리와 인삼막걸리 한 잔으로 스트레스도 날리고 건강도 챙기는 멋진 경험을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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