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복남 충남여성정책개발원 다문화팀 연구위원 |
아이들이 곧 우리사회 구성원 모두의 미래를 이끌고 책임질 동량이며, 아이들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 정책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이다. 특히 외국에서 출생해 성장한 후 부모를 따라 입국하는 '중도입국 청소년'의 사회적응 지원을 위하여, 법무부에서는 기초현황 파악을 위한 통계를 구축하고, 여성가족부는 이에 따른 중도입국 청소년 지원대책을 마련하여 추진하기로 했다는 결정은 최근 2년간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중도입국 자녀 교육지원을 체계화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다행스럽다고 볼 수 있다. 40% 안팎을 오가는 최근 몇 년간의 국제결혼가정 재혼비율 추이는 중도입국자녀의 문제를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숙제로 남겨 두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정책발전과정 속에서도 여전히 해결을 기다리는 문제가 남아있는 것도 현실이다. 다문화정책 발전의 이면에 가려진 채 남아 있는 아이들 문제, 곧 재혼 국제결혼가정의 자녀, 그 중에서도 한국인 부부사이에서 출생하였으나 아빠 내지 엄마가 외국인과 재혼하면서 외국인 계부모와 함께 가족을 이루어 살게 된 아이들의 문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해 국제결혼가정 중 남자가 재혼한 경우는 34.7%, 여자는 38.4%이다(통계청, '2010년 혼인이혼통계'). 자연스럽게 한국인이 외국인과 재혼하면서 이전 한국인 배우자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한국인 미성년 자녀에 대한 양육권을 행사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올해 행정안전부 조사결과 자료에 의하면 '외국인주민자녀' 중 한국인 부모사이에서 태어나 다문화가족에 편입되어 외국인주민의 자녀로 분류되고 있는 사례가 1만5216명이다. 충남의 경우는 지난해 787명, 올해는 880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런데, 점차 안타까운 사례들이 자주 들리고 있다. 한국인 아버지가 외국 여성과 재혼하면서 전처소생의 아들과 딸을 보육시설에 버렸다가 후에 새 아내가 아이를 낳자 전처소생의 아들은 시설에 그대로 둔 채 딸만을 집으로 데려와 아기 봐줄 보모의 역할을 떠맡긴 사례, 외국출신 계모가 남편의 전처소생의 자녀 학비를 주지 않는 사례 등 어두운 면들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미성년자인 이 자녀들은 한국에 와서 적응해야 하는 외국 출신 이주민들 못지않게 쉽지 않은 적응과정 중에 있을지도 모른다. 이들은 한국에서 재혼가정 아이들이 겪는 일반적인 어려움을 이겨내야 함은 물론, 언어와 문화의 차이 등으로 인한 갈등도 극복해야 한다. 특히 사춘기 자녀들은 학교생활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교육에서 소외되기 쉽다.
그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 재학 실태일 것이다. 원희목 의원실 자료(2010)에 의하면, 전체 자녀 재학률이 95%일 때, '한국인-외국출신' 부모의 자녀 재학률이 80%에 불과하며, 이것은 한동안 커다란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고, 결국 지난 4월 다문화가족지원법 개정을 이끌어 내는 주요 동인이 되었다. 그런데 한국인 부모 사이에서 출생하였으나 다문화가족으로 편입된 자녀들의 재학률이 낮다(81%)는 것은 여전히 세간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한국에서 한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 한국어나 문화습득에 큰 문제가 없지만 재학률이 낮은 것이다(고교의 경우 70%). 청년 인구 90%가까이가 대학을 졸업하는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면서 고교도 졸업하지 못한 채 사회에 발을 내딛는 현실이다. 재혼국제결혼가정의 한국인 부부사이에서 출생한 자녀들 역시 우리 사회의 소중한 미래 구성원들이며, 행복하고 건강하게 성장하고 충분히 교육을 받으며 살아갈 권리를 가진 주체들이다. 이 아이들이 사회의 관심과 배려 속에서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고, 향후 다문화정책의 고려 대상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