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운석 부국장.건설금융팀장 |
우리나라에서는 1962년 최저가낙찰제가 도입된 이래 그동안 폐지와 도입을 번복하다 2001년부터 단계적 확대 시행 중이다. 이에 따라 2001년 1000억원 이상 공공공사에 적용하던 것을 2003년 500억원 이상, 2006년 300억원 이상, 2012년부터는 100억원 이상 소규모 공사까지 확대하기로 예고된 상태다.
지방건설사 등 건설업계는 최저가낙찰제가 생존권이 걸린 문제라며 내년부터 100억원 이상 공사에 대한 확대 시행을 강력 반대하고 있다. 최저가낙찰제는 예산절감이라는 도입취지와 달리 과당경쟁과 출혈수주로 건설업체의 경영난을 가중시켜 건설산업 기반을 약화시킴은 물론 공사 품질 저하로 이어져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전문가들도 최저가낙찰제가 예정가격 100억원 이상으로 확대되면 부실공사 증가와 고용불안, 재해 및 사회적 기회비용 증가 등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가령, 100억원짜리 공사의 경우 적정 낙찰률이 80% 가량으로 80억원 정도에 수주해야 하지만 과열경쟁으로 낙찰률이 60%(60억원) 이하로 내려가면 수치상 40억원의 예산이 절감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부실공사 시 오히려 입찰 과정에서 절약한 40억원 보다 하자보수 비용이 훨씬 더 들 수 있다. 최근 정부 및 지자체가 발주한 최저가 공사입찰의 낙찰률을 보면 70%대는 물론이고, 심지어 60%대에 낙찰되는 경우도 이따금씩 나오고 있다. 더욱이, 정부 계획대로 최저가낙찰 대상 공사를 확대하면 100억~300억원대의 공사를 대형건설사가 독식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100억원대는 주로 중소 및 지방건설사들이 수주하는 공사금액인 만큼 이들의 생존권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건설업계는 또 최저가낙찰제가 내국인의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낙찰률이 80% 이하로 떨어지면 노무비 절감을 위해 통상 10명으로 구성할 작업팀을 7~8명으로 꾸리거나, 국내 고임금 기술근로자 대신 저임금의 외국인 근로자를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적자 폭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다.
실제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낙찰률이 80% 이상일 경우는 작업팀 감축이나 외국인 인력 대체가 전혀 없었지만, 낙찰률이 70%대로 떨어지면 작업팀 인력을 10% 정도, 낙찰률이 60%대인 사업장은 작업팀 인력을 20% 정도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사현장의 내국인 인력도 30%를 외국인 인력으로 채우고, 낙찰률이 60% 이하인 경우에는 내국인 인력 50%가 외국인으로 대체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시민단체의 최저가낙찰제에 대한 시각은 다르다. 최저가낙찰제는 건설업계의 공사비 부풀리기를 원칙적으로 차단하고, 공공공사에 대한 국민의 혈세낭비를 막을 수 있는 제도로 적용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건설업계의 주장과는 상반된다. 이런 가운데, 내년 최저가낙찰제 확대 시행을 앞두고 박재완 기획재정부장관과 건설사 대표가 조만간 만날 예정이다. 핵심은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 수장과 건설업계 대표가 최저가낙찰제 확대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 위한 자리로 건설업계엔 초미의 관심사다.
하지만, 이미 국회가 지난달 30일 정부의 최저가낙찰제 확대 시행 철회촉구 결의안을 채택한 터여서 철회쪽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발주공사 중 20%만 최저가낙찰제를 적용하고 있는 반면 기술경쟁력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낙찰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일본도 2005년에 종합평가낙찰제를 도입했다.
종합낙찰제는 입찰가격 이외에 품질·성능·효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장 경제성 있는 가격으로 입찰한 자를 낙찰자로 결정하는 제도다.
선진국의 문턱을 넘어서고 있는 우리나라도 이참에 최저가낙찰제 등 공사 입찰제도를 전면 손질하는 게 어떨까 싶다. 가격 뿐만 아니라 기술경쟁을 통한 경제성 있는 낙찰제도로 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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