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노상]폐허 후, 그리고 비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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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노상]폐허 후, 그리고 비엔나

[문화초대석]금노상 대전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

  • 승인 2011-07-10 13:27
  • 신문게재 2011-07-11 20면
  • 금노상 대전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금노상 대전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
▲ 금노상 대전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
▲ 금노상 대전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
세계 2차 대전 중에 히틀러에 의하여 강압적으로 독일과 합병하여 패전국이 되어버린 오스트리아는 독일과 다름 없이 전쟁의 상처는 물론 도시들은 폐허 그 자체였다. 오스트리아의 수도 비엔나를 다시 재건시키려는 오스트리아 시의회는 파괴된 건물을 허물지 말고 옛 모습 그대로 재건축할 것과 연주회를 할 수 있도록 무엇보다 음악회장을 제일 먼저 복원시킨다는 계획을 세웠다.

일반적인 생각으론 국가와 시의 재건을 위해서라면 시청건물이나 의사당 등을 복원시켜 하루빨리 국가를 안정시켜야 할 텐데 그들의 생각은 우리들이 생각하는 일반적인 상식과 달랐다. 이미 오랜 시간 전쟁에 지친 국민들에게 물질에 대한 구호와 복구도 중요하지만, 더 시급히 충족시켜줘야 할 것은 만신창이 되어버린 국민들에게 정신과 정서를 불어넣어야 한다는 생각을 의회에서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고, 음악을 통하여 이 어려움을 치유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내린 결정이었다.

전쟁으로 모든 것을 빼앗긴 국민들의 자존심을 음악과 예술을 통해 되찾고 정신적 단결을 도모하는 것을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러한 정책의 결과 국민들을 한마음으로 단결시킬 수 있었고, 음악과 예술을 사랑하는 국민으로 어려움에 처한 오스트리아 국민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였으며, 또한 음악의 도시 비엔나시민들의 자존심을 지켜낸 것이다. 우리도 오스트리아처럼 전쟁의 아픔을 겪었다. 하지만, 한국은 6ㆍ25전쟁 후나 IMF 등 국가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하루빨리 물질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국민들을 벗어나게 해줄 생각이 최우선이었고, 국민들 또한 정부에 대해 시급히 물질에 대한 회복만을 요구하려고 했다. 그리고 우리국민은 어려운 가운데 특유의 기질로 잘 이겨냈고, 빠른 시간 안에 다시 정상적으로 일어선 것도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이러한 의식들이 한편으론 우리들에게 소중하고 귀한 것을 놓치게 하는 것도 있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일반적으로 불행하게도 (그러나 본능적으로) 대부분 의식은 정신적인 회복보다 우선 빵만을 원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한번 더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었으면 한다. 물질적인 충족이 주어진다고 해도 더 많은 풍요로움만 바란다는 점을 볼 때 물질에 대한 욕심은 항상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려운 과정을 통하여 대전은 과학·교육·행정의 대한민국 중심 도시가 되었다.

교향악단의 지휘자인 나는 대전이 모든 발전과 함께 음악과 문화의 중심이 되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해방 후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문화예술에 대한 투자나 정책은 실로 심각한 수준이라 말할 수밖에 없다. 전쟁에서 패하여 국민들이 힘들고 굶주리던 때부터 현재까지 오스트리아는 국가 총예산의 15% 이상을 문화예술에 편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에 비해보면 우리의 문화예술의 정책과 지원의 현실은 참담하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선진국 도시들이 보유하고 있는 공연장이나 문화 공간들…. 우리나라에도 외형적으로는 모든 것을 다 갖추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 더욱 전문적이고 세부적인 면들을 고려했어야만 했다.

이제 대전은 지리적으로도 한국의 중심이며, 명실공이 대한민국의 제2 수도로 자리매김 되고 있다. 그러니 이제 음악과 문화도 한국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앞으로 대전에 새로 지어지는 문화예술을 위한 공연장과 문화공간들은 선진도시로서 예술을 사랑하는 도시답게 전문적인 공연장 설계에 의한 전문화된 공연장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래도 대전의 문화예술이 이만큼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이유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시의 열린 문화예술 정책의지와 더불어 예술을 목숨처럼 사랑하는 예술인들과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곳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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