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겸훈 한남대 입학사정관 |
사건이 발생하자 곧이어 해병대는 이달 말까지 전 부대를 대상으로 정밀진단을 실시해 구타 및 가혹 행위 근절, 상·하 간 신뢰구축, 관심병사 관리강화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러나 지난 6월 15일에 발생한 해병 6여단 소속 이모 상병의 자살이 구타에 의한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하고 발생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따라서 해병대는 이 자살사건과 관련하여 부대내 구타 및 가혹행위에 대한 관리 강화대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이번 총기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한편 강화도 행병대 총기참사의 가해자인 김모 상병은 입대전 인성검사에서 관심소견이 식별되었고 소속부대내에서도 평소 행동에 문제점을 발견하고 내부적 관심사병으로 분류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러나 정신분열증 판정을 받은 김 상병은 입대 이후 사고당일까지 10개월 동안 어떤 전문 상담원으로부터도 상담이나 관리를 받지 못한 채 근무해온 것으로 확인되었고 수사결과 2주전 이상 전에 소초장과 면담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김관진 국방장관은 국회에서 관심사병 비율은 (전체의) 5% 정도이며, 병무청의 인성검사와 입대후 부대에서 거르고, 또 군 복무 전에 또 거르는 등 3단계에 걸쳐 관심사병을 걸러낸다고 하였다. 특히 유낙준 해병대사령관은 해병대의 관심사병은 신병 때 C급부터 계급이 올라가면서 B급과 A급으로 관리하는 관리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가 발생한 것은 그와 같은 기존의 관리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최근에 발생한 이와 유사한 사례를 살펴보자. 지난 4월에는 논산훈련소에서 훈련병 3명이 뇌수막염에 감염되는 전염병사태가 발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오진과 늑장대응으로 두 번째 발생환자였던 노모(19)훈련병이 사망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하였다. 논산훈련소는 첫 번째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추가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예방약 투여의 필요성을 권고한 대학병원 의료진의 권고를 무시했던 사실이 밝혀졌다. 훈련소 당국이 대학병원의 권고를 받아들였더라면 노군의 사망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부대내 가혹행위나 따돌림 또는 그로인한 자살사고 및 총기사고는 대부분 관리체계의 미흡에 있는 것이 아니라 관리체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군입대 인적자원의 질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변화하지 않고 유지되어 내려오고 있는 잘못된 군대내 조직문화와 구성원에 대한 그릇된 인식에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 군은 천안함 사고와 연평도포격사건을 경험하면서 대북 적대감에 파묻혀 군 내부의 패러다임 변화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이번 사건에서 병력관리와 총기관리를 소홀히 한 문제나 군기강이 해이해진 문제 등은 지엽적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 문제에 갇히게 되면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는 군의 변화를 이해할 수 없게 된다. 현재 우리 군을 구성하고 있는 인적자원은 작년과도 다르고 10년전과는 완전히 다르다. 변화된 인적자원의 특성에 맞는 새로운 군문화 창출을 위한 획기적인 인식의 전환을 촉구한다.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는 구호가 신세대에게 어떻게 구현되어야 할지를 그들의 눈높이로 이해할 수 있을 때 우리 해병이 국민들로부터 사랑과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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