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덕기 시청팀장 |
그러나 자칫 거대담론에 빠지다보면 작은 것을 놓치기 쉽다. 대전도 예외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과학도시, 행정도시 등 큰 그림의 발전전략에 취해 도시상징성을 간과하거나 지역의 고유성있는 작은 것을 홀대하는 것은 아닌 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과학도시를 표방하는 대전의 경우 도시 관문에 과학도시 상징물이 없다는 것은 창피스럽다. 외국의 유명 과학도시나 음악도시 등은 역이나 터미널, 광장 등에 그 도시의 특징을 보여주는 상징물이 설치돼 있어 관광객이 첫 눈에 도시 이미지를 접할 수 있다고 한다. 대전도 역광장이나 터미널 앞에 과학 상징물을 세워 외지인들이 '과학도시 대전'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전시가 지난 1월에 선정 발표한 지역 대표음식도 고민해 볼 문제다. 대전의 6미(六味) 음식은 설렁탕, 삼계탕, 돌솥밥, 구즉도토리묵, 숯골냉면, 대청민물매운탕이다. 이 가운데 시는 돌솥밥과 삼계탕을 대표음식으로 선정했다. 반면 그동안 시민들에게 친숙한 칼국수와 두부두루치기는 특색음식으로 분류했다. 돌솥밥과 삼계탕은 대전 주변의 식재료와 결합해 발전된 음식이고 표준화와 관광상품화가 가능해 대표음식으로 선정했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칼국수와 두부두루치기는 주음식으로 소개하긴 부적절해 특색음식이 됐다는 것이다.
칼국수와 두부두루치기, 구즉 도토리묵 등은 대전의 향토색이 가장 짙게 배어있고 서민의 애환이 서린 음식이다. 특히 두부두루치기는 대전에만 있는 원조음식이다. 이들 음식이 곁가지 음식이라 대표음식으로 내세우기 부담스러웠는 지 모르지만 외지인들은 오히려 독창성과 독특함, 주민애환이 서린 이들 음식에서 대표음식의 이미지를 강하게 받고 간다. 현실과 괴리감이 없도록 조치해야 한다.
서울 잠실에는 지난 해 개관한 어린이 직업체험 테마파크인 '키자니아'가 있다. 이곳은 어린이들이 소방관, 은행원, 미용사 등 90여 가지의 직업을 체험할 수 있게 꾸며놓았다. 또 병원과 약국, 백화점, 승무원교육센터, 쇼핑회사, 제과공장 등에서 참가어린이들이 직접 벌고 쓰며 놀면서 사회를 배울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그렇다 보니 자녀들의 사회지수(SQ)를 키워주겠다는 부모의 발길과 유치원 체험학습단이 몰려들어 예약대기자가 항상 넘쳐난다. 이곳 시설은 대부분 파트너로 참여한 기업들의 협찬으로 실감나게 꾸며졌다고 한다. 관람객이 넘쳐나자 참가기업들도 덩달아 홍보효과를 톡톡히 누리다보니 참여못한 기업들이 뒤늦게 파트너로 참여하겠다며 조른다고 한다. 이런 시설물이 대전에도 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기업은 아니지만 대전에도 이런 곳이 있다. 바로 중구 침산동 소재 뿌리공원이다. 유등천 상류의 맑은 물과 수려한 자연경관을 갖춘 장소에 지난 1997년 '효'주제 테마공원으로 조성된 후 관광객과 각 문중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러나 뿌리공원은 개장때 자비부담으로 설치하는 성씨조형물에 문중 관심이 그리 높지 않았다. 이름있는 문중들은 거들떠 보지도 않아 중구청에서 읍소한 끝에 소형문중 중심의 72개 성씨 조형물이 힘들게 설치됐다. 그러나 그후론 사정이 달라졌다. 교육효과가 크고 자신들의 문중을 알리는 장소가 되다 보니 성씨 조형물을 설치하지 못한 문중들이 뒤늦게 설치하겠다며 몰려 든 것이다. “공원에 갔더니 우리성씨 조형물은 왜 없느냐”는 유치원생, 학생 등 귀여운 자손들이 어른들에게 항의(?)하니 그동안 소극적이던 문중들에게 비상이 걸린 셈이다.
문중들의 소망을 들어주기 위해 2008년 어렵사리 공원내 자투리 땅을 활용해 64개 성씨 조형물을 추가 설치해 현재는 136개 성씨 조형물을 선보이고 있다. 지금도 성씨조형물 설치를 위해 대기중인 문중만 148개에 이른다.
뿌리공원은 이제 전국에 알릴 수 있는 대전의 관광상품이 됐다. 다른 곳에는 없는 독특함이 경쟁력의 원천이다.
이제는 지역경제에 확실한 보탬이 되도록 공원확장과 시설물 보완, 프로그램 개발에 힘써야 한다. 공원을 넓혀 성씨조형물 설치를 희망하는 문중들을 모두 수용해 공원의 볼거리를 확실히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전국 문중의 종친회 모임과 회의를 뿌리공원으로 유치할 필요가 있다. 뿌리공원은 전국에서 접근성 좋아 전국에 흩어져 있는 문중들의 만남 장소로 제격이다. 뿌리공원에 회의장을 갖춰 연중 상시로 문중들에게 개방, 제공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되면 주변 음식점이 호황을 맞는 등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나아가 뿌리공원 주변을 효테마타운으로 조속히 조성해 전국 명소로 우뚝 서도록 해야 한다. 작은 것부터 챙기는 게 지역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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