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인 7~9월에만 전국적으로 75개 기관장의 임기가 한꺼번에 끝나, 후임 사장 선출을 위한 초기 논의조차 못 할 정도다. 특히, 총선과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중도(中道)인 홍준표 대표 체제가 출범하면서 '낙하산'은 더 이상 친이계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친박계 인사의 중용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6일 조폐공사에 따르면, 전용학 조폐공사 사장의 임기가 다음달 4일 끝나지만, 후임 사장 선출을 위한 인선절차를 착수하지 못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상급기관인 기획재정부가 전 사장의 연임 여부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통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사 관계자는 “연임 불가 결정이 나야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인선절차에 들어갈 수 있지만, 비슷한 시기에 임기가 끝나는 기관들이 많아 아직 기재부에서 통보가 늦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전 사장이 이미 내년 총선 출마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연임 불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규정상, 사장은 임원추천위원회의 추천에 따라 기획재정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통상 임원추천위원회는 임기 만료 두 달 전에 구성, 사장 등 임원선출 절차에 들어간다.
통상 공공기관장은 '청와대' 의중에 따라 사실상 결정된다. 조폐공사의 임원추천위 구성이 지연된다는 건 청와대가 결정하지 않았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지역 친이계의 인사는 “임기가 한 달도 남지 않았는데도, 인선 절차가 이뤄지지 않는 건, 그만큼 자리를 노리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80곳에 가까운 공공기관장의 임기가 만료되는 시점에 '친이, 친박'도 아닌 홍준표 대표가 당권을 장악하면서 더욱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정가의 분석이다.
향피제(鄕避制)에도 불구, 일각에서는 대전과 충남지역 출신과 친박계 인사의 중용 필요성과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친박계로 분류된 인사는 “당직과 사무처 개편 등 당내 상황이 달라진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순 없다”며 “하지만, 인사 문제로 계파 갈등이 또다시 부각될 수 있어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임원추천위 구성 지연으로 최소 두 달 정도 걸리는 사장 선임 절차도 늦어져 '후임자가 선임될 때까지 직을 유지할 수 있다'는 내규에 따라 전용학 사장은 당분간 업무를 할 수 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