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인구(13·15대 국회의원) |
재앙 초기에는 전 세계가 놀랄 정도로 침착하게 대응하고 정부지시에 협조하던 국민들도 이제와서는 이성을 거의 잃고 “정부에 속았다”, “국가행위를 믿고 따를 수 없다”는 등 아우성치며 국민들이 동경 국회의사당과 주요거리에 나와 데모를 하거나 호소하기에 이르렀다.
설상가상으로 후쿠시마 원전6기가 고장을 내며 생명체에 결정적 피해를 일으키는 방사성물질을 내뿜고 있으며, 지금도 진정기미가 없어 보인다. 주변 30㎞(50㎞ 까지도 위험) 내에는 사람이 살 수 없도록 대피령을 내리고 강제퇴출시키고 있다.
초기발생 시에 그 원전기에서 수십년간 일하다 퇴직한 실업 기능공들이 “내 몸 하나 희생해서 수백만 일본인을 구한다면 기꺼이 들어가겠다”며 가족의 만류를 무릅쓰고 달려갔지만 지금은 몸만 버려진 채 병원신세를 지게 되고 뒤따르는 자가 없다는 것이다.
내가 들어보아도 수십만에 이르는 대피주민들이나 원전 피해자들에게 효과적인 지원대책이 마련되지 않고 담당공무원들은 “법과 제도적 장치가 미비하다”, “아직 구제예산이 내려오지 않았다”는 핑계로 제대로 손을 쓰지 못한다는 불평이다. 초기에 시간별로 정부지침과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TV에 나와 해설하던 젊은 정부대변인 관방장관은 결과적으로 헛소리를 많이 했다는 이유로 TV화면에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시청거부운동 탓이다. 지금은 관동지구 전력공사의 대변인이 가끔 TV에 나와서 대응조치 진행상황을 설명하고 있었다.
▲정치상황=사태가 온통 정치불신으로 이어지자 집권 민주당 간 나오토 총리는 야당의 요청으로 내각총사퇴와 중의원 해산의 카드로 대응했지만 아직 2년의 임기가 남은 의회를 해산할 경우 일본정계는 혼란에 빠질 것이 분명하고 국가가 유지되는데 더 큰 혼란이 온다는 이유로 '책임을 지고' 총리만 사퇴하고 여타 내각은 새로 선출되는 총리에 의해 재조각하기로 했다고 한다. 납득하지 못하는 것은 현 야당(자민당)도 이에 동의해 주었다고 하는 것이다.
간 총리의 사퇴의사 표명은 이미 지나갔지만 정파이해관계로 새로운 총리선출이 늦어지고 그 때까지는 현 총리가 계속 집권한다는 것이다. 오는 15일까지는 유예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결국은 자민당과 손잡고 거국비상연립내각이 흥정중에 있다는 설도 퍼지고 있다고 한다.
민주당 내의 정파별 합종연횡(合從連衡)이 성사되거나 여야 비상연립내각이 탄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 국회를 해산할 경우 집권여당도 야당인 자민당(옛 집권당)도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기가 불가능하다는 정세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경제·사회=일본경제지는 오늘날 일본의 불황정도는 종전 후(해방 후) 일찍이 보지 못한 최악의 상황이고 다음 3가지 3고현상이 주류가 된다고 진단하고 있다. ① 현실여건에 반비례해 계속 치솟는 엔고(円高) ② 국제유가의 계속된 상승 ③ 실업률 상승.
또 악재 5가지를 다음과 같이 진단했다. ① 정치불안:여당이건 야당이건 국민들은 불신 ② 전력난:특히 관동지방은 절대수요의 50%밖에 송전치 못함 ③ 먹을거리 부족:채소류, 과일, 바다생선은 방사능 오염으로 먹을 수 없다 ④ 관광객 감소:동경은 말할 것도 없고 일본 전 지역에 국내·외 관광객이 뚝 떨어지고 있다. ⑤ 전력공급 절대부족:일본 내에 기존 원전은 52기가 있었는데 그 중 일부(후쿠시마 6기)는 전력생산 완전 중단, 나머지 중 내구연도가 지난 10여개의 원전도 가동중단 상태며 내구연한 내의 원전도 주변 주민이 가동중단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는 파격적인 절전(節電) 운동을 벌이고 있다.
예를 들면 규슈(九州) 지역에는 원전이 사가현에 3기, 가고시마현에 2기가 있는데 사가현 주민이 가동중단을 거세게 요구하며 진정(데모) 해왔다. 규슈전력공사는 끈질기게 주민과 현지사 및 현의회에 설득에 나섰다. 급기야 현지사는 현의회 동의를 얻어 '원전재가동 요구'를 문서로 규슈전력공사에 보내서 재가동하고 있다. '만일 지금 대책없이 가동중단하면, 주민과 기업들은 당장 60% 이상의 절전(節電)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좋은가?'가 설득의 효과라 한다.
한국 부산에서도 내구연도가 지난 고리원전(한국 최초의 원전)의 가동중단을 요청했지만 정부가 계속 가동의 결단을 내리고 있다.
지난 1일부터는 일본 전국의 고속도로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 지금의 민주당이 집권공약으로 전국고속도로의 통행요금을 받지 않고 주행거리와 관계없이 진입료 1000원만 징수한다는 공약을 걸었고 지난 2년간 시행해 왔다. 그 결과 고속도로를 유지하는데 천문학적 적자요인이 발생해 1일부터는 2년 전의 요금으로 환원했다. 6월 30일 일본의 고속도를 달려보고 3일에 또 달려보았는데 전날에는 교통침체가 대단했었는데 3일 후에는 일요일인데도 고속도로가 한산해 통행이 원활했다. 민주당이 정권을 걸고 한 선심공약이 2년을 지탱하지 못하고 깨진데 대한 무책임을 누가 심판해야 하나?
지금 우리나라는 휘발유(고급)값이 ℓ당 2000원 시대에 살고 있다. 일본 민주당은 유류세의 대폭 인하 선심공약을 했지만 이것도 국가예산회계상 큰 세수부족을 가져와서 지금은 또 원상회복을 검토중이라 한다. 일본은 지금 고급휘발유값이 우리돈으로 ℓ당 1000원대인데 아마도 연말 전에는 2500~3000원 시대가 올 수 있다. 우리나라는 반년 분 이상의 비축원유가 있지만 일본은 그렇지 못하다.
지금 일본은 심각한 절전시대를 맞고 있다. 여름 전기사용 피크요일은 금요일이라고 한다. 그래서 모든 공장가동을 금요일에는 쉬게 하고 대신 토요일에 공장을 가동하도록 통제하고 있다. 공장들은 노사문제를 우려했지만 노조측도 국가의 현실을 감안하여 주말연휴를 반납하는데 동의했다고 한다.
하기에 따라서는 일본의 악재가 우리나라에서는 향후 10년간 경제호기를 맞을 수 있다고 보며, 범국민적 관심을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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