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 밖]전직 충남지사들의 '훈수'

  • 오피니언
  • 문화칼럼

[안과 밖]전직 충남지사들의 '훈수'

  • 승인 2011-07-06 14:54
  • 신문게재 2011-07-07 21면
  • 최충식 논설위원최충식 논설위원
▲ 최충식 논설위원
▲ 최충식 논설위원
테세우스의 낡은 배가 한 척 있다. 얼마나 낡았던지 수리하다 널빤지를 거의 다 교체했다. 한 척의 배가 또 있다. 낡은 배에서 뜯어낸 조각을 모아 배를 조립했다. 이 두 배 중 어느 걸 진짜라 할까. 세상엔 이 '테세우스의 배' 같은 일들이 아주 많다.

스마트 시대, 지식경제 시대의 농업도 유사한 논리로 접근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면 “충남은 농업도(道)다”에서, 진짜 '농업'의 실체는 뭔가. 노인만 남아 등골 휘어져라 일하는 그 농업인가. 즐겁기 때문에 그저 운동한다는 어느 컬링 선수처럼 자족하는 귀향인의 모습인가. 돈을 좇지 말고 열정을 좇아라, 집에서 잔소리해대며 상추와 고추를 가꿔 먹는 텃밭농사를 말함인가. 아니면 바이오농업 어쩌며 대통령이 미래산업으로 치켜세우는 거창한 그 농업?

이도저도 아니면 충남발전연구원에서 내놓은 '내발적 발전'의 신개념 농업이라도 되는가. '지역주민이 주체가 되어 지역자원을 활용하여 지역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사회적 경제'(특집 충남리포트 제54호), 지속가능한 농어촌에 대해 생각하면 척박한 현실이 어른거려 머뭇거려진다. 탁월한 이론도 뜬구름 잡는 소리가 될 위험성은 상존하는 것이다.

그나마 조금은 풀기 쉬운 실타래가 발견되기도 한다. 역대 충남지사인 안응모(22대), 한양수(23대), 심대평(24·32·33·34대), 이동우(28대), 박태권(29대) '도지사 선배님'들을 안희정 충남지사가 초청해 들은 농어업 경쟁력 '훈수'엔 알짜가 꽤 있다.(6일 사설 '전직 충남지사들의 괜찮은 훈수') 당장 적용은 힘들더라도 불합리한 농정 시스템, 재원의 부족 등 장애물만 보고 진땀 흘리느니보다 얼마나 나은가.

사실 농업이 미래산업과 환경·건강산업이 될 가능성을 믿지만, 그러려면 농업 혁신 수준이 아니고선 불가능하다. 한 발 늦었다 싶으면 이렇게도 생각하자. 같은 열차라도 아슬아슬하게 놓쳤을수록 후회스럽다. 후회를 줄이는 방법은 있다. 신문을 읽으며 '다음 열차 기다리기'다. 가능세계의 미련이 아닌, 현실을 위한 선택의 기회는 있으며 대비만 잘하면 늦지 않다.

전직 지사와의 간담회 내용에는 어쨌든 대비책으로 쓸 만한 것들이 꽤 있다. 유기농 생산단지 조성(안응모), 인삼산업의 전략적 육성(한양수), 금산인삼엑스포 홍보대사에 역대 지사 임명(한양수), 구제역 농가 보상(심대평) 현안도 거론됐고,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주문(이동우)도 나왔다. 충남은 그러고 보면 FTA 발효 15년째부터 도내 농림어업 생산액이 해마다 1924억원씩 감소한다는 충발연 보고서가 틀리기만 느긋하게 기다릴 입장은 못 된다.

또한 내발적, 외향적이고를 떠나 이대로의 농업은 사양산업이다. 소위 3농(농민, 농어업, 농어촌) 혁신이라는 신중농주의를 연상시키는 발상은 경제 트렌드에 얼핏 맞지 않는 듯도 보인다. 하지만 건강에 대한 관심이나 식품산업의 잠재력에 연결하면 유망산업이 되는 것이다. '하늘에는 정보통신, 땅에는 생명산업'이라고 빌 게이츠도 그랬다. 다만 농업 부가가치가 토지의 자연력에 근거한다는 케네의 오류는 여전히 조심해야 한다.

조심하려 해도 물론 복잡하다. 이럴 땐 훈수 두는 쪽에서 수를 잘 읽는 법이다. '전직 충남지사들의 훈수' 재탕은 다분히 이 같은 의도에서다. 어떤 성장 패턴을 따르건 농업을 미래 생명산업으로 만들어 가치 창출을 하려면 오컴의 면도날처럼 단순하고 적은 수(數)의 논리가 더 유리할 수 있다. 과거의 충남지사들이 풀어놓은 아이디어, 이런 훈수라면 지사가 도시락 싸들고 찾아가서라도 자주 들어야 한다.

/최충식 논설위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1.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2.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3.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4.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5.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헤드라인 뉴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년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개최가 2024년 가을 문턱을 넘지 못하며 먼 미래를 다시 기약하게 됐다. 세간의 시선은 11월 22일 오후 열린 세종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이하 산건위, 위원장 김재형)로 모아졌으나, 결국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산건위가 기존의 '삭감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서다. 민주당은 지난 9월 추가경정예산안(14.5억여 원) 삭감이란 당론을 정한 뒤, 세종시 집행부가 개최 시기를 2026년 하반기로 미뤄 제출한 2025년 예산안(65억여 원)마저 반영할 수 없다는 판단을 분명히 내보였다. 2시간 가까운 심의와 표..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생존 수영 배우러 갔다가 수영의 매력에 빠졌어요." 접영 청소년 국가대표 김도연(대전체고)선수에게 수영은 운명처럼 찾아 왔다. 친구와 함께 생존수영을 배우러 간 수영장에서 뜻밖의 재능을 발견했고 초등학교 4학년부터 본격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김 선수의 주 종목은 접영이다. 선수 본인은 종목보다 수영 자체가 좋았지만 수영하는 폼을 본 지도자들 모두 접영을 추천했다. 올 10월 경남에서 열린 105회 전국체전에서 김도연 선수는 여고부 접영 200m에서 금메달, 100m 은메달, 혼계영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무려 3개의..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속보>="내 나름대로 노아의 방주 같아…'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식으로, 환경이 다른 사람하고 떨어져서 살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22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3층 높이 폐기물을 쌓아온 집 주인 김모(60대) 씨는 버려진 물건을 모은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동네 주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성이 드디어 무너졌다. <중도일보 11월 13일 6면 보도> 70평(231.4㎡)에 달하는 3층 규모 주택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는 날. 청소를 위해 중구청 환경과, 공무원노동조합, 산성동 자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