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출연연 기관장은 '정치는 과학이고, 과학은 정치'라는 말로 정부와 정권에 가까운 인사여야만 출연연 원장이나 과학기술계 분야의 수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 과학기술계는 정치의 계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계연, KISTI, 한의학연, 지질연, 화학연 등 5개 기관이 원장 공모중이기 때문이다.
여러 통로를 통해 그들만의 해법을 찾느라, 공모 지원자들은 부산하다.
가장 유력한 통로는 정치권. 대부분은 정치권과의 특수관계를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연관성은 있어 보인다.
출연연 안팎에선 그 예로 지난 5월 지식경제부 산하 산업기술연구회 이사장에 임명된 권철신 창조경영연구원 원장 겸 한국방위산업학회 회장을 꼽는다.
권 이사장은 15, 16, 17대 국회의원을 지내고 현 정권에서 주일본 대사를 지냈던 권칠현 전 대사의 형이다.
카이스트 최고 정책 의결기구인 이사회를 맡고 있는 오명 이사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과 사돈지간이다. 오 이사장의 아들과 이상득 의원의 둘째 딸이 혼인한 사이.
우여곡절 끝에 임명된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김승조 원장도 현 정권 초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전재희 3선(16, 17, 18대)의원과 사돈 관계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윤철호 원장, 교육과학기술부 김창경 차관, 임태희 대통령실장 등은 경동고, 서울대 동문으로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월 이명박 대통령은 원자력안전기술원을 방문했고, 그 중간에서 임태희 실장 등이 힘을 보탠 것으로 전해졌다.
에너지연 황주호 원장과 한국원자력연구원 정연호 원장의 선임과정에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박영준 지식경제부 전 차관이 크게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관계를 갖고 응모자들은 패거리로 나뉘어 유력 후보에 대한 비방이나 투서를 통해 경쟁자를 낙마시키는 일이 비일 비재하다는 게 출연연 내부의 전언이다.
정부도 이같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했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5일 “최근 공공기관 인사를 앞두고 근거 없는 비방이나 모함, 투서 등의 현상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며 “각 국무위원들은 (사실 관계를) 철저하게 가려내 책임을 물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배문숙 기자 mo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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