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폐기방법 연구 선행돼야
▲ 서영덕 한국화학연구원 나노바이오융합연구센터장 |
필자는 1986년에 대학에 입학해서 1990년대에 석사학위과정과 박사학위과정을 밟으면서 이러한 나노과학의 태동과 나노기술의 응용·확대·발전을 목격하면서 교육받은 소위 '나노과학기술 1세대'다. 그 중에서도 학부과정에서 배운 화학에 기반을 두고 석사과정에서 물리화학을 전공하고, 박사과정때는 나노물리, 스위스에서의 포스트닥과정에서는 나노분광분석, 미국 국립연구원에서의 연구원 생활은 환경분자과학, 그리고 외국생활의 중간중간에 3번의 벤처회사생활을 통해서는 약물전달(Drug Delivery)과정의 모니터링, 다이옥신 검출장비개발, 단일벽 탄소나노튜브 대량생산 장비 개발, 원자현미경개발 등의 경험을 하였다. 이렇게도 다양한 전공분야를 거쳐 지금의 나노바이오융합연구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대학시절 소위 '잡학'이라고 불릴 만큼 다양하고도 과목수가 매우 많은 '화학'을 전공한 덕분에 수학·물리·생물 등의 타 학문 분야의 과목을 의무적으로 많이 수강했던 덕분인 것 같고, 화학이라는 학문분야도 필자의 전공처럼 마치 약방의 감초와 같이 나노과학기술의 구석구석에 여러모로 필요한 기반요소기술의 성격을 갖고 있다.
이미 우리 실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은나노입자처럼 앞으로는 더욱 다양한 나노입자들이 상품화되고 다른 물질들과 섞여서 제품으로 탄생할 것이다. 현재의 나노기술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은 '아직 잘 모르겠다'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196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사이먼과 가펑클의 사운드오브 사일런스 등의 명곡이 있는 사운드트랙으로도 유명한 더스틴 호프만 주연의 '졸업 (The Graduate)'이라는 영화를 보면, 앞길이 촉망되는 미국 동부 명문대학의 우등졸업생인 더스틴 호프만 부모의 자택 수영장에서 펼쳐진 파티에 초대받은 부모의 친구이자 사업가인 한 사람이 더스틴호프만을 자기 회사로 영입하기 위해 “이보게 자네, 이제 미래는 플라스틱에 달려있네, 플라스틱. 명심하게, 플라스틱이네”라고 귀에 속삭이는 장면이 나온다. 이 당시 '플라스틱'이라는 단어는 마치 최근의 '나노'라는 단어처럼 하나의 매직워드(Magic Word)로 작용했었던 것 같다. 이제는 우리 모두 '플라스틱'의 장점과 단점, 좋은점과 나쁜점, 되는 것과 안되는 것, 인체에 무해한 것과 유해한 것을 다양한 종류의 플라스틱에 대하여 과학적으로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 상식수준으로도 알고 있다.
앞으로 나노과학기술에 있어서도 플라스틱이 인류에게 쓰임받으며 검증받았던 과정들을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은나노젖병이 어느정도의 살균효과를 가질 때까지의 은나노입자의 함유농도까지가 유아에게 무해할지, 은나노세탁기에서 방출되는 전기분해된 은나노입자는 과연 인체에 무해할지, 실내벽지 등에 사용되어 실내의 공기중유해유기물(VOC:Volatile Organic Compound)을 광촉매효과로 분해·제거해주는 기능을 갖고, 염료감응형태양전지의 소재로도 사용되는 이산화티탄(TiO2) 나노입자가 과연 벽지가 노후화되어 이산화티탄입자가 공기중으로 떨어져 나오거나 염료감응형태양전지가 수명을 다하여 폐기될 때, 실내 호흡을 통하여 인체로 흡입되거나 토양이나 하천에 폐기되어 생태계로 유입되어도 무해할지, 그라핀이나 탄소나노튜브가 대량으로 전자소재·컴퓨터 등에 사용될 때 안전하게 폐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연구가 선행되어야만 한다.
이제 우리 앞의 펼쳐진 나노입자, 나노소재 등 나노물질의 IT, BT, 의학 분야 활용의 급격한 증가를 앞두고 이루어질 위에 언급한 일련의 질문들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한 검증 실험에서도 나노분석화학, 나노물리화학, 나노소재화학 등을 비롯한 화학의 다양한 분야들은 앞으로도 그 중추적인 역할을 계속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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