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시대 치열한 영토전쟁의 경계선에 위치했던 대전·충청지역은 자연적으로 산성이 많았으며 특히 대전지역은 40여개가 넘는 산성을 지니고 있어 벌써부터 학계와 문화계에서는 이를 문화자원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었다. 더구나 수원화성을 비롯한 청주·제천 등 타 지역의 산성이 해당지자체주도로 세계문화유산등재를 추진한 것과 관련해 대전의 산성을 묶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을 본보 역시 이미 제기한 바 있다. 뒤늦은 감은 있지만, 대전시가 지역의 산성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키로 한 것은 시대의 흐름에 부합하는 정책적 발상이라 여겨진다.
지금 세계는 치열한 문화전쟁을 벌이고 있다. 그렇게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국의 문화적 이미지를 고양시켜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한편 경제적 이익을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적 고통을 겪고 있는 스페인이지만 세계문화유산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아 현재 6500만 명의 관광객이 이 나라를 찾고 있다. 중국은 국가정책으로 문화진흥책을 펴 세계문화·자연유산지정 확대를 국가와 지역 구별 없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제주의 성산일출봉, 한라산, 만장굴 등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등재이전인 2006년보다 방문객이 무려 71.2%나 늘어났다는 통계도 세계문화 또는 자연유산지정의 효과를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문화전쟁의 시대를 맞아 대전시는 대전만이 지니고 있는 역사문화자원을 새롭게 부각시키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산성의 세계문화유산추진은 시작에 불과하다. 더 많은 사례들을 찾아내 대전의 역사와 문화적 독특함을 내세울 수 있는 정책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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