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홍]용두레와 무자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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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홍]용두레와 무자위

[문화초대석]박재홍 시인·갤러리예향관장

  • 승인 2011-07-03 13:13
  • 신문게재 2011-07-04 20면
  • 박재홍 시인·갤러리예향관장박재홍 시인·갤러리예향관장
▲ 박재홍 시인·갤러리예향관장
▲ 박재홍 시인·갤러리예향관장
문화는 물과 같다. 치수에 밝은 민족은 세기의 흥망성쇠의 주역이라는 것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우리 민족에게도 그러한 지혜가 있다는 사실을 돌이켜 볼 필요성이 있다.

무자위는 물을 퍼 올리는 기구다. 박제가의 북학의 學議의 수차(水車)를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지역에 따라 그것을 '무자새'(경상남도)·'자새'(전라남도 보성, 전라북도 봉동)·'물자새'(전라남북도)·'수리차'(충청남도 서산)·'수차'·'수룡'이라고도 한다.

관개시설이 제대로 안 되었던 과거에 보 안의 물을 찾기 위해 새벽이면 들에 나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땅에 엎드려 바닥을 팠던 경험이 주변 어른들의 시절의 격세지감을 표현할 때 듣고는 하는데 그 시절이라는 것이 불과 40여 년 전이다.

많은 원로 예술인들이 협소한 지역문화를 극복하고자 얼마나 많은 희생을 치렀는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용두레와 무자위는 과거에 농사를 지을 때 사용하던 양수 시설이다. 문화재단의 노력과 시 문화체육국의 기능이 바로 관개시설이 아닐까 싶다.

지금 대전문화재단은 용두레처럼 낮은 곳의 지역문화를 높은 곳으로 퍼 올리는 데 사용하는 농기구처럼 지방 문화의 새로운 도약과 계기를 만들고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지방에 따라서 통두레, 파래, 품개, 풍개로 부르기도 하듯이 문화에 있어 작가라는 명칭은 통칭으로 불리기도 하고 장애인 예술가 혹은 지역예술인, 문화운동가, 시민운동가 그 이름이 각기 시절마다 다른 것은 별 차이 없다는 말과 같다.

지름 40cm, 길이 80cm 정도의 통나무를 배 모양으로 길게 파낸 뒤 중앙부에 양쪽으로 가는 구멍을 뚫어 막대를 가로질러 끼운 다음 끈을 묶어 만든다. 통나무가 귀한 곳에서는 쪽나무로 직사각형의 통을 짜고 바닥에 긴 자루를 달아 사용하기도 하듯이 지역문화의 앞에는 산적한 과제가 놓여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단체들의 명칭은 다르나 쓰임은 같다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노력은 기능성의 분화 다시 말해 예산과 인력확보를 위한 노력으로 해석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문화재단의 비약적 발전상을 보더라도 가능한 추측이다. 거기에 일하는 맛을 추렴하자면 흥이 필요하다. 박수가 필요한 것이다.

전국 예술단체들은 나를 비롯해 시대정신이 서로 다른 단체의 다양한 기능의 분화를 촉진하고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할 때 물을 찾듯 모두가 지역 문화의 네트워크를 구성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 그것이 바로 시대정신의 변화다. 즉 문화를 바탕으로 하는 기업과 예술 과학이 만나는 복지 사회가 될 때 대전의 문화 부흥기를 앞당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시 예술과는 무자위다. 무자위는 지역 예술인들의 근황을 살피고 낮은 곳의 물을 보다 높은 지대의 논·밭으로 끌어올리는 데 필요한 노력을 기울이는 농기구다. 지금 스마트 세상이기 때문에 지역적 문화의 경계가 모호한 시점에 중앙 정부의 정책 또한 지역 문화 혹은 훌륭한 지방 문화의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는 시점이기도 하다. 이럴 때 지역 예술인들을 통해 일을 만들어야 한다.

한 단체 한 단체가 중요하다. 굴대 주위에 여러 개의 나무판을 나선형으로 붙여 마치 날개 달린 바퀴처럼 보인다. 서투른 행정력의 지역 예술단체를 지원하는 것은 변화하는 시대정신이라면 예산과 행정지원이라는 날개 판을 두 발로 번갈아 밟으면 바퀴가 돌아가고 예술단체의 창의적 혼이 퍼 올려진 물이 봇도랑으로 다른 지역 혹은 세계로 흘러들어가게 했으면 좋겠다. 우리가 작금에 기울여야 할 것은 일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일하게 하는 게 건강한 사회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방죽이 터지려고 하면 작은 틈새에서 시작되고 가장 난감할 때의 선택이 국가의 백년대계의 귀로를 가름한다는 것이 바로 문화의 시작이고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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