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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홍철 대전시장 |
300년 명문가인 경주 최부잣집, 200년 장수기업 듀폰,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세계 IT업계의 지형을 뒤흔든 애플.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최 부잣집은 진사이상 벼슬을 하지마라, 사방 백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등의 여섯 가지 가훈이 있었고, 초창기 화약제조사였던 듀폰은 안전, 환경, 윤리, 인간존중이라는 네 가지의 핵심 가치가 있다. 애플의 핵심가치는 “다르게 생각하라”다.
가정에는 가훈, 학교에는 교훈이 있듯이 초일류 기업에겐 비전과 미션, 핵심가치가 반드시 존재한다. '성공하는 기업의 8가지 습관'의 저자인 짐 콜린스와 제리 포라스는 6년 간의 연구 끝에 훌륭한 기업들은 오랜 시간 변하지 않는 명확한 핵심이념(핵심가치 + 핵심목적)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핵심가치는 조직의 본질이면서 귀속적인 신념을 뜻한다. 따라서 핵심가치는 외부 사람이 아니라 조직 내부의 구성원들에게 중요성을 갖는다.
민선 5기 출범과 함께 대전시의 비전과 전략 등 외적 방향성은 비교적 확고하나 이를 실천할 공무원들의 핵심가치나 행동규범 체계 즉, 조직구성원의 일치된 행동의 방향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특히 가치 중심의 조직문화를 창출하여 비전달성 및 조직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어 왔다. 이에 따라 그동안 우리 시에서는 대전의 비전과 시정목표 달성을 위해 시 전 공직자가 공유하고 지켜 나가야 할 신조이자 신념으로서 대전만의 핵심가치를 도출해 내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각종 문헌자료 분석과 타 기관 벤치마킹, 시의원·시민단체 대표·산하 기관장을 비롯한 핵심 관계자들의 인터뷰는 물론 공무원 및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등의 절차를 거쳐 다음 네 개의 핵심가치를 이끌어 냈다. 하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거점지구 도시역량을 기반으로 신중심도시 대전의 비전 달성을 위해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태도와 열정을 갖춰야 한다는 '미래주도'. 둘, 시정 발전을 이끌어가는 전문인재로서 주인의식을 갖고 자신의 능력강화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면서 이를 현장에 실용적으로 접목해 최고 수준의 시민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프로다움'. 셋, 존중과 포용의 도시강점을 차원 높게 승화시켜 시민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섬세한 행정을 추진하면서 부서와 동료 간의 원활한 소통과 협조로 시너지를 창출해야 한다는 '열린생각'. 넷, 사명감과 윤리의식을 기반으로 합리적 원칙에 따라 공익을 추구하고 시민에게 무한대로 헌신하겠다는 '정도추구'가 그것이다.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를 발견하고 실천에 옮기는 일은 쉽지 않다. 그동안 일련의 과정을 통해 핵심가치를 이끌어 내기도 어려웠지만 이를 지켜나가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중요한 것은 핵심가치를 가지고 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실천하느냐에 달려 있다. 바로 핵심가치의 내재화 과정이고 교육으로써 가능한 일이다.
한때 한물간 기업으로 평가받던 애플의 재건을 위해 복귀한 스티브 잡스는 기업의 정체성과 핵심가치를 확립하는 작업부터 시작, 지금과 같은 초일류 기업으로 재탄생시켰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사람이지만, 사람을 변하게 하는 것은 교육이다. '대덕의 기적'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지 않는다. 우리 공무원부터 먼저 변해야 한다.
논어에 이르기를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고루해지고, 생각하기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독단에 빠진다(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고 했다. 기업은 시속 100마일로 변하는데 공무원과 관료는 25마일로 변한다는 이 시대를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하는가.
'미래주도, 프로다움, 열린생각, 정도추구' 바로 우리 대전의 핵심가치에서 그 길을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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