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는 예비타당성 조사 신청과 함께 일단 논란이 수그러들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지만, 이 문제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쟁점화될 경우 논란은 장기화 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도시철도 노선 갈등 속에서 지난달 28일 정용기 대덕구청장은 예타 신청 연기를 주장하며 단식 농성을 시작했으며, 대덕구 출신의 자유선진당 김창수 의원도 같은당 소속의 대덕구 시ㆍ구의원들과 시청 앞에서 연좌농성에 들어간 상태다.
이에 앞서 19일 유성구 출신 이상민 의원은 “과학벨트 입지 선정을 고려해 도시철도 2호선 건설 구간 등 대전시 교통계획을 전면 재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여기에 자치구 의회는 물론 각 정당까지 나서 저마다의 요구와 주장을 내놓고 있다.
결국 정치권에서의 이러한 논란과 움직임은 내년 총선 등 향후의 정치일정과 무관치 않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총선을 앞둔 지역구 국회의원이나 각 정당 입장에서는 이로 인한 이해득실을 따져보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지역 주민들의 요구에 비춰볼 때 자칫 선거를 앞두고 노선 유치 실패 등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질 가능성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따라 도시철도 2호선 문제는 내년 총선에서도 커다란 쟁점이 될 공산이 크다. 경우에 따라 지역과 정당, 후보자들에 따라 이 문제를 다시 들고 나와 노선 유치 경쟁을 펴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전시가 예타 신청을 서두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 조기에 노선 갈등을 매듭짓지 못할 경우 배가 산으로 가는 상황을 맞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도시철도 노선 및 건설 방식 등을 두고 수차례 퇴보를 거듭해 온 염홍철 시장 입장에서도 더 이상 물러설 경우 행정력과 정치력 모두에서 치명적 상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치권의 이러한 논란이 본질적인 대중교통 정책의 문제를 왜곡하고, 도시철도 문제를 경쟁과 갈등을 유발하는 노선의 문제로만 비춰지도록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현 시점에서도 도시철도는 정치권의 논란으로 노선 갈등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시민단체 등이 주장하는 건설 방식과 대중교통 전반의 문제에 대해서는 제대로 공론화되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또 한편에서는 대전시가 대중교통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 없이 도시철도 건설의 당위성만을 앞세우며 이런 논란과 갈등을 부추겨 왔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홍섭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교통복지와 균형발전이라는 도시철도 도입 논리가 노선 유치를 위한 과열 경쟁의 논리로 변질된 것은 대전시의 교통정책 철학 부재와 정당한 타당성에 근거하지 않고 이해관계에 의해 명분 잃은 주장을 해 온 지역 정치권에 일차적 책임이 있다”며 “정치인들이 스스로 성찰하고 도시교통 문제 해소와 대전의 미래를 고민하는 출발선상으로 되돌아가야만 문제를 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섭 기자 nom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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