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외국인 사랑의 진료소가 10년간 꾸준한 성장을 해온 가운데 지금은 매달 200여명의 외국인들이 진료를 받기위해 찾고 있다. |
매주 일요일 오후 2시 동구 중앙로의 작은 무료 진료소는 다국적 환자들로 북적인다.
몽골, 베트남, 중국, 필리핀까지 나라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지만 이들은 아픈 몸을 치료 받기 위해 진료소를 찾는다.
근로 외국인을 비롯해 결혼 이주여성이 늘어나면서 진료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위한 진료소가 필요했지만 당시 정부도 지자체도 이를 외면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기독교 치과의사회는 지난 2000년 대화동의 작은 교회를 빌려 임시진료소를 처음 열었다.
순수하게 봉사의 마음으로 시작한 이들은 자신들이 운영하는 치과가 문을 닫는 일요일 오후면 어김없이 무료 진료소를 찾아 무료 진료를 벌였다.
부족한 약과 치과 기자재는 봉사하는 의사들이 조금씩 십시일반으로 모아 충당했다.
대화동 공단 주변의 일부 근로자들과 불법 체류자 들이 찾았던 임시 진료소는 그 후 2005년 메디컬 파트와 치과, 한의사까지 갖추고 '대전외국인 사랑의 진료소'라는 정식 간판을 내걸었다.
10년이 지난 지금 매달 200여명씩 1년이면 2000여명의 외국인들이 진료를 받고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봉사하겠다”며 남다른 사명감을 가진 의사들이 하나둘씩 모여 '남모르게' 인술을 펴온 사랑의 진료소는 치과의사, 의사, 한의사, 치기공사, 치위생사, 간호사까지 자발적인 동참의 물결을 이뤘다.
무료 진료를 하는 의사, 치과의사 , 한의사 등 의료진만 52명에 이르고 있다.
의료 기술 봉사에 회비를 걷어 운영 경비를 사용하다 보니, 그 흔한 상근 근로자 하나 없지만 모두가 즐겁고 순수한 마음으로 봉사하고 있다.
자치단체나 정부로부터 어떠한 보조나 지원도 받지 않고 자발적인 봉사를 원하는 의료진에 의해 기적이 쌓아지고 있다.
기공소와 치과 자재상 종사자들도 회원으로 참여하면서 전국의 외국인 무료 진료소 가운데 유일하게 비보험 영역인 보철 치료까지 가능하다. 이가 하나도 없어 먹는것 조차 어려웠던 외국인 환자들이 보철 진료 후 사들고 오는 수박과 아이스크림은 무료 진료하면서 서로 교감하는 아주 큰 행복이다.
'사랑의 진료소'는 충남대병원을 비롯해 50여 개원가 병원들이 협력 병·의원으로 참여해 외국인들이 찾으면 실비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자원 봉사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영호씨는 “외국인 진료소는 몸이 아픈 치료는 물론 외로운 외국인들의 마음까지 치료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외국인들이 더이상 국내에서 이방인이 아닌만큼 방치하거나 외면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공동대표인 박정기 치과의사는 “궁극적인 목표는 외국인 진료 병원을 세우는 것이지만 정부가 관심을 갖고 외국인들이 자국민임을 인식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지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좋은 뜻을 같이 할 수 있는 길이 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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