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은순 목원대 교직과 교수 |
방학이라 늦잠 자는 아이들을 깨워야 하는 것부터 하루 세끼를 집에서 먹여야 하는 것도, 방학에 맞추어 개봉하는 영화들을 보여줘야 하는 것도 방학숙제를 일일이 챙겨야 하는 것도 학부모의 방학숙제다. 왜 방학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지지 않는 것일까?
방학의 의미를 한자로 보면 방학(放學), 즉 학업을 잠시 쉰다는 의미다. 하던 일에서 손을 떼라는 말이다. 영어로는 'vacation', '하던 일에서 잠시 멈춘다'라는 의미로 라틴어의 바카티오(vacation)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서양에서는 14세기부터 휴가의 개념으로 방학이 사용되었다. 일주일중 일요일은 다른 색으로 표시해 하루를 쉬어갈 수 있도록 한 것처럼 일 년 중 7월에는 방학을 맞는 쉼표가 필요하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초등 5학년 이웃집 꼬마는 여름방학의 기대감이 어느 정도냐라는 질문에 한숨을 먼저 내쉰다. '엄마가 학원을 2개 더 다녀야 한데요. 지금도 숙제가 지겨워 죽겠는데, 방학이 되면 학원이 오전부터 시작하거든요. 아줌마는 방학에 뭐해요?' '응, 글쎄 나도 밀린 숙제를 좀 해야 하는데, 어른이 되어도 숙제는 항상 있단다.' '아줌마도 우리 엄마랑 똑같은 말을 하네요. 아, 그래서 내가 중학교 가기가 싫은 거예요. 중학생 우리 형은 여름 방학이 별로래요. 우리 집이 돈이 많아서 엄마가 우리를 멀리 다른 나라에 가는 캠프에 보내주면 좋겠어요. 그럼 멋진 여름방학이 될 거예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우리의 대화는 중단되었고, 여름 방학을 맞이하는 어린 청소년들의 무지갯빛 꿈이 여지없이 무너지는 현실 앞에서 우리는 헤어졌다.
논어의 위정편(語 爲政篇)에 보면 '학이불사즉망 사이불학즉태(學而思則罔, 思而學則殆:배우기만 하고 마음에 생각이 없으면 멍청해지고, 생각만 하고 더 이상 배우지 않으면 독단에 빠져 위태롭게 된다)'라는 말이 있다. 즉 배우고 나서 충분히 생각하지 않으면 남는 것이 없고 생각하고 나면 반드시 다시 배워야 한다는 의미다. 방학을 잘 보내기 위해서는 먼저 열심히 학업에 임해야 할 것이다. 아침에 눈을 떠서 가야 할 학교가 있다는 것은 축복이고 학교에 가서 이루어야 할 목표가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그리고 넘치는 건강은 오복 중 세 번째 복을 가진 행운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OECD 국가 중 학생들이 스스로 가장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나라가 되었다. 즐거워야 할 학교가 불편한 곳이 되었고 시간이 없어 집도 편히 쉴 수 없는 곳이 되어 버렸다. 매일 가야 하는 학원은 더욱 편치가 않다. 대학에 들어가도 학비와 취업 걱정으로 날마다 조바심 나는 것은 별반 차이 없을 뿐이다. 직장인들도 먹고사는 문제로 하루하루가 벅차고 학부모는 더욱 살기가 빠듯하다.
7월에는 좀 달라지자. 짙푸른 초록, 산과 바다의 계절, 방학의 계절인 7월에는 좀 다른 생각을 해 보자. 잘 쉬어야 다음 길을 갈 수 있다고 생각하자. 그리고 희망을 생각해보자. 행복과 불행은 생각의 차이일 뿐이다. 7월에는 우리 모두 멋진 생각을 하는 행복한 방학을 보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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