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브랜드 홍수시대다.
대형마트 등에는 십여종의 쌀이 전시돼 소비자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지만 수가 워낙 많아 혼란만 주고 있다.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저가 판매가 불가피해져 생산 농민들도 피해를 보고 있다.
쌀 브랜드의 난립 원인과 충남도의 대처 방법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편집자 주>
이는 전국 1677개의 18%를 차지하는 수치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당진에서만 모두 44개의 브랜드 쌀이 생산되고 있다.
서산이 43개로 뒤를 잇고 아산 27개, 논산 22개, 천안 21개, 보령 19개, 공주 18개, 태안 17개, 부여 16개, 예산 13개, 홍성 12개, 서천 11개, 청양 6개, 연기 5개 순이다.
운영 주체별로는 도와 각 시·군이 각각 운영하는 공동 브랜드가 16개, 지역 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과 민간 RPC가 운영하는 브랜드가 각각 37개, 24개씩 유통되고 있다.
기타 정미소나 조합 단위별로 운영하는 브랜드도 219개에 이른다.
반면 상표등록이나 품질 인증 등을 받은 브랜드는 77개에 불과하다.
이처럼 쌀 브랜드가 난립하고 있는 것은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RPC들이 다른 RPC와 통합을 거부하고, 개별적인 브랜드 쌀 출하를 고집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쌀 브랜드는 쌀 산업의 구조적인 변화와 더불어 자연스럽게 시작됐다.
다수확 위주의 쌀생산 방식에서 지역의 독특한 이미지나 재배방법을 차별화하여 상품화한 쌀 브랜드가 소비자의 관심을 받았다.
브랜드 쌀은 식미가 우수한 품종을 선택하고 시비방법 등의 재배방법, 저온저장 등 보관저장방법, 도정방법, 선별방법 등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며 영역을 구축해 나갔다.
특히 지방자치 시대와 더불어 지역 이미지를 상품화하는 추세와 맞물려 브랜드 수는 급속도로 늘어갔다.
하지만 경쟁이 지나치게 과열된데다 대형 유통업체들이 저마다 PL(Private Label·자체 브랜드) 상품을 만들어 납품하도록 종용하면 브랜드 난립을 부추겼다.
결국 쌀브랜드 과잉공급은 군소 브랜드의 난립을 초래해 생산자에게는 비용 증가로 인한 소득 감소, 소비자에게는 신뢰 상실 등의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브랜드 육성 전략=충남도는 쌀 브랜드 난립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고 도내 생산 쌀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얻기 위해 다양한 브랜드 육성 전략을 펼칠 계획이다.
도는 우선 소비자의 혼란을 부추겨 구매에 혼란을 주는 군소 브랜드를 통합하는 등 충남 쌀 브랜드를 정비하기로 했다.
RPC별 브랜드는 단일곡과 일반곡 등 원료별로 2개 브랜드로 통합하고 개인 정미소 등 비 RPC에서 생산되는 브랜드는 시군별로 원료곡 품종, 들녘, 판매가격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해 합쳐나갈 방침이다.
이를 위해 통합브랜드 경영체에 대해서는 포장재를 우선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특히 5개 이상 브랜드가 단순통합이 아닌 품질기준, 관리기준 마련 등을 통해 통합할 경우 브랜드 포장재 시범지원 하는 등 각종 지원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쌀 품질 개선을 위한 집중지원도 펼쳐진다.
도는 올해 모두 8곳의 우수 쌀 브랜드 생산 RPC를 선정해 모두 55억300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우수 RPC로 선정되면 시설 지원은 물론 교육, 홍보, 컨설팅 등 경영 개선을 위한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밖에도 소비자단체 등이 실시하는 '고품질 브랜드평가' 입상을 위해 생산자 단체와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등 도내 쌀 브랜드 활성화를 위해 대책을 추진할 예정이다.
도 관계자는 “쌀산업이 아무리 위협을 받고 위축된다고 하더라도 쌀이란 존재는 지속돼야 할 생명산업, 안보산업, 에너지 자원이라는 인식 아래 브랜드 육성 정책을 추진 중”이라며 “충남 쌀이 저렴한 쌀로 이미지가 고착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생산자 등과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시우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