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석]'베풂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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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석]'베풂의 미학'

[기고]김영석 충남소방안전본부장

  • 승인 2011-06-29 14:12
  • 신문게재 2011-06-30 20면
  • 김영석 충남소방안전본부장김영석 충남소방안전본부장
▲ 김영석 충남소방안전본부장
▲ 김영석 충남소방안전본부장
전남 구례에 가면 구름 속의 새처럼 숨어 사는 집이라는 뜻의 운조루(雲鳥樓)라는 곳이 있다. 안동 출신으로 조선 영조 52년에 낙안 부사를 지낸 유이주가 세운 99칸 대저택으로 사랑채와 안채의 중간에 곳간 채가 있다. 이곳에는 둥근 통나무를 파서 만든 절구통 모양의 뒤주 하나가 놓여 있다. 그 뒤주 아래에는 네모난 구멍이 있는데 '타인능해(他人能解)'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다른 사람도 구멍을 열 수 있다는 뜻으로 누구나 쌀이 필요하면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이다.

가뭄이나 수해 등으로 흉년이 들면 서민들에게 배고픔을 이겨낼 수 있도록 밥 한그릇 나누고자한 그의 마음과 주인이 굳이 가난한 사람을 직접 돕지 않고 뒤주를 마련해서 쌀을 퍼 가게 한 것은 도움 받는 사람들의 자존심을 배려한 아름다운 '베풂의 미학'이라 생각한다. 더 더욱 쌀을 가져간 사람들도 꼭 필요한 한두 되 정도만 가져갔다니 진정한 나눔의 실천이었음이 틀림없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홍수, 지진 등 자연재해로 발생한 난민은 모두 4200여만명에 달한다. 이는 전년도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국내난민감시센터(IDMC)'와 '노르웨이 난민협의회(NRC)'는 지난 6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기후변화와 자연재해에 따른 이재민 관련 국제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자연재해로 발생한 전세계 난민이 2009년 1700만명에서 지난해 급격히 늘어난 주된 이유로 중국과 파키스탄에서 발생한 대규모 홍수나 칠레, 아이티 등의 대지진을 꼽았다. 보고서는 특히 이재민의 90% 이상은 홍수나 폭풍과 같은 기후 관련 재해를 겪었다고 지적했다.

올해도 이미 대형 자연재해들이 계속되면서 이재민 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미 지난 3월 11일 일본 대지진과 쓰나미로 인한 사망자가 1만명을 넘어섰고 1만 7500여명이 실종됐으며 50만명 가량이 집을 잃는 이재민이 발생하였고, 중국에서만도 홍수로 1500만명 이상이 집을 잃었다.

우리나라라고 예외가 있을까? 올해도 태풍이나 수해 등 자연재난은 어김없이 찾아오고 자연의 거대한 위력은 인간의 의지와 힘을 또다시 시험에 들게 할 것이다.

한사람의 안타까운 희생도 없기를 염원하는 것은 비단 자연 재난과 사투를 벌이는 재난 관리 종사자들만의 바람이 아닐 것이다.

해마다 여름철 안전관리 종합 대책을 잘 수립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해도 많은 인명과 재산피해가 발생한다. 재난의 현장성과 의외성이라는 특성으로 그 만큼 자연재해는 인간의 힘으로 감당하기 힘들다.

그렇다고 하늘만 바라보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재난을 하늘의 뜻으로 알고 순응하며 제사만이 유일한 예방책이라고 믿었던 옛 조상들의 마음이나 오늘날 과학적 분석으로 재난을 극복하려는 그 마음은 마찬가지다. 우리 모두가 재난에 대하여 관심을 갖고 살펴보고 부지런히 행동하여야 한다. 재난예방을 위하여 주위를 살펴보고, 재난발생시 행동요령을 익혀야 한다.

특히, 홀로 사는 노인 등 주변의 어려운 이웃이 재난에 노출되지는 않았는지, 배려와 나눔으로 재난이 발생해도 재산피해는 있을지언정 인명피해는 없도록 운조루의 주인과 같이 정성과 공동체 의식에 바탕을 둔 생명 소중함을 실천하는 나눔 의식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 해볼 수 없는 일본의 지진과 쓰나미의 소용돌이에서 하나 둘씩 밝혀지고 있는 일본인들의 남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이타심의 휴먼스토리가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

지금 제주도 인근에는 장마전선이 오르락 내리락하며 비를 뿌리고 있다. 본격적인 여름철 재난 기간에 들어선 지금, 내주변과 우리의 이웃을 잘 살펴 재난은 있어도 인명피해가 없는 여름이 될 수 있도록 따뜻한 배려와 나눔의 미학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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