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해 전까지만 해도 마을에 마을회관을 새로 짓거나, 큰 잔치가 벌어지면 마을에서 제일 먼저 갖추어 놓는 것이 마을을 상징하는 농기와 풍물이었다. 농기에는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 써 있었다. 풍물은 북, 장구, 징, 꽹과리, 소고, 상모 등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 마을 사람중에는 징이면 징, 북이면 북, 상모면 상모를 잘 다루는 달인들이 있었고 어른의 어깨위에 올라 춤을 덩실덩실 추는 어린아이 무동(舞童)도 있었다. 이들을 풍물패라 하였는데 이 풍물패를 이끄는 상쇠가 있었다. 상쇠는 바로 총연출자이자 지휘자였다. 아무나 상쇠가 되는 것이 아니었다. 북이면 북, 장구면 장구, 징이면 징 모든 풍물들의 달인이 마지막에 잡는 것이 바로 꽹과리였다. 이 꽹과리는 지금의 지휘봉이나 다름 없었다. 이 상쇠의 지휘 아래 일정한 체계와 질서를 갖추고 공동체 사회를 이끌어 갔다. 이 상쇠는 유전적인 성격이 강하여 아버지 상쇠를 아들 상쇠가 이어 받는 경우가 많았다. 상쇠도 핏줄은 속이지 못하였다.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고객창출협력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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