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석구석 제주올레 |
누구나 한 번쯤 올레길을 걷는 꿈을 꾸고, 휴가의 계획 속에, 잠시 짬이 나면 한 번쯤 다녀오리라 마음먹는 곳이 되었다.
하나씩 둘씩 길이 열리고 온 국민의 열렬한 호응 속에 어느새 길은 스물세 개의 코스로 늘어나, 이 길을 걷다 보면 거의 제주도 한 바퀴를 돌게 된다.
관심과 호응이 워낙 크다 보니, 제주올레에 관한 책은 이미 수없이 등장했다. 그런데 그동안 나온 제주올레에 관한 책들은 길을 걷는 개인의 감성이 진하게 묻어나는 책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걷는다는 행위 자체는 누군가와 더불어 걸어도 개인적인 시간을 갖게 되기 마련이고, 그러다 보면 무엇을 보고, 무엇을 먹는가 하는 것보다는 그 길 위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걸 느끼느냐가 더 중요하게 느껴지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수많은 사람이 다녀가는 제주올레길 위에는 걷는 이의 감성과 감상 말고도 보고 느껴야 할 것들이 소복하다. 왜냐하면 그 길은 걷는 이의 것이기 이전에 오랫동안 그 길 위에서 살았던 많은 이들의 삶의 터전이자 켜켜이 쌓인 역사와 문화의 현장이기 때문이다.
저자도 남들 다 가는 올레길을 뒤늦게 걷기 시작했다. 여행작가로 사는 그의 눈에 자기 마음만 들어올 리 만무했다. 지금 걷는 길의 사연들이 궁금하고, 지금 걷는 길의 삶에 시선을 둔 그의 눈길은 묵묵하고 성실하게 이전에 열린 길과 새로 열린 길을 숱하게 걸으며 길 위의 이야기를 글과 카메라에 담아냈다.
제주올레길은 성산일출봉이 보이는 시흥에서 첫 코스를 연 이래 추자도를 다녀오는 18-1 코스까지 모두 23개의 길이 열렸다.
저자는 코스별로 가는 법, 코스별 지도, 난이도, 이런 분께 추천, 끊어 걷기, 주요 연락처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을 뿐만 아니라 역사와 문화의 현장, 먹을 곳, 쉴 곳, 잘 곳 등은 물론이고 길을 걷다 우연히 발견한 곁길까지 빼곡하게 적었다.
또 길을 걸으며 헤맨 이야기, 우연히 만난 순한 소와 눈싸움을 치열하게 벌인 이야기, 지치고 힘들 때의 푸념, 아름다운 풍광을 향한 감탄사 등도 함께했다. 감성적인 듯하지만, 개인의 감성을 담은 목적이 아닌, 글을 읽으며 독자 스스로 각 코스의 특징을 알게 한다.
꼼꼼하고 상세한 정보 탓에 여행길에 들고 다니기에 다소 부담스러운 두께일 수 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별책부록이다. 작은 사이즈로 코스별 가는 법, 난이도는 물론 보고, 쉬고, 먹고, 잘 곳 소개까지 알짜 정보를 요약해서 담아냈다.
한편, 저자는 여행주간지 '프라이데이'와 영화주간지 '씨네버스' 취재기자로 일했다. 지금은 프리랜서 여행 작가로 살고 있다. 스타일북스/지은이 박상준/514쪽/1만5000원
/박은희 기자 kugu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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