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경찰 노조 수사 '산넘어 산'

구속영장 기각·압수수색도 성과없어… 노조 “무리한 조사 탄압” ● 유혈 충돌 유성기업 '끝없는 갈등'

유성기업 노조와 경찰의 유혈 충돌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일부 노조원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는가 하면 증거물 확보를 위한 압수수색에서도 별다른 소득이 없었기 때문이다.

27일 충남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2일 유혈 충돌 후 경찰관 127명을 투입, 대규모 수사본부를 꾸리고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하지만 수사 초기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경찰은 집회 현장에서 검거한 노조원 A씨 등 2명에 대해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다며 기각했다.

A씨 등이 석방되면서 현재 이번 사건 관련 경찰이 신병을 확보 중인 노조원은 전혀 없는 상태다.

경찰은 증거물 확보를 위한 압수수색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26일 유성기업 노조가 사용하는 비닐하우스 등 9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지만 쇠 파이프, 소화기 각각 1점을 압수하는데 그쳤고, 죽봉 등은 찾아내지 못했다. 경찰은 이마저도 폭력 시위에 사용됐다는 혐의점을 아직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22일 오전 노조원과 사측 용역업체 직원 간 벌어진 폭력행위 수사도 피해 측 진술 확보가 여의치 않아 수사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이처럼 갖가지 난관에도 경찰은 수사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경찰은 27일 아산서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폭력시위 적극 가담자 이 모(39)씨 등 모두 4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섰다고 밝혔다.

또 시위에 참여했던 64명의 신원을 파악해 이 가운데 40명에 대해 출석요구서를 발송했다.

경찰 관계자는 “법원의 영장 기각사유를 보면 이미 증거 채증이 끝났고 주거가 일정, 도주 우려가 없다는 것이지 범죄 소명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며 “압수수색에서 죽봉 등을 찾아내지 못한 것도 이를 다른 곳에 숨겨놓았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노조원 구속영장 재신청 등을 통해 문제점을 보완해 나간다면 혐의 입증에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본다”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이에 대해 유성기업 노조는 경찰이 무리한 수사로 노조를 탄압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노조는 성명서에서 “소화기는 소방서에서 화재대비용으로 직접 갖다 준 것이고, 쇠 파이프는 비닐하우스 용도로 비치된 것”이라며 “경찰이 무리한 압수수색 집행으로 노·사·민·정 대화 등 유성기업 사태 해결에 대한 의지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노조 피해에 대해서 경찰은 사측 압수수색을 하지 않은 채 노조만 무리하게 조사하고 탄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제일·아산=김기태 기자 kangje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