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사업보다 산업정책에 노력을
▲ 안기돈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
그리고, 올해 드디어 801조원으로 증가했는데, 이것을 가구당 평균 가계부채로 계산하면 4611만원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말 3842만원에서 770만원 정도 증가했다. 더 큰 문제는 사람들이 소득이 안 늘어나는 데도 빚을 늘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10년간 가계부채가 연평균 10%대 초반에서 증가한 반면, 가처분 소득 증가율은 5% 안팎에 그쳤다.
더구나, 올해 1분기에는 물가 급등으로 실질 가계소득이 두 분기 연속 뒷걸음질 친 상황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은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다른 선진국들과 대조적이다. 미국, 일본 영국 등 선진국은 2008년 금융위기를 겪은 이후 가계부채가 빠르게 줄어드는 부채축소가 전개되고 있다.
금융위기 진앙지인 미국의 가계부채 규모 자체가 2007년 대비 2010년에 감소했고, 빚 갚을 능력을 나타내는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도 같은 기간 137%에서 120%로 낮아졌다. 반면 우리나라는 이 비율이 2007년 136%에서 2010년 146%로 되레 높아진 것은 우리나라 가계부채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10년 동안 가계부채가 3배씩이나 증가한 가장 큰 원인은 저금리와 주택담보대출 증가라고 볼 수 있다.
1998년에서 2001년 사이에 이자율이 12%에서 6%대로 정확히 절반으로 하락했는데, 이 시기에 가계부채는 약 86% 증가했다. 더구나 물가인상률을 감안한 실질이자율은 무려 3분의 1 수준으로 하락했기 때문에 이자부담이 절반 이상으로 줄면서 대출이 증가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최근 몇 년을 살펴보아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기준금리를 2%까지 낮추었는데, 역시 물가인상률을 고려한 실질이자율은 0%였다.
가계부채 증가의 두 번째 원인으로는 주택담보대출의 증가다. IMF 이후 이자율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수익창출을 위해 돈이 부동산으로 몰릴 수밖에 없었는데, 이것이 바로 가계부채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킨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가계부채 중에서 주택담보대출은 무려 66%에 이르고 있는 사실이 이를 증명해주고 있다.
더구나, 우리나라 가계의 자산구성을 보면 부동산이 무려 75%인데, 미국(41%), 일본(35%)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부동산을 얼마나 선호하는가를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결국 부동산 투자를 강하게 선호하는 상황에서 이자부담은 없고 주택가격은 날로 상승하니 너도나도 주택 담보대출로 주택에 투자했던 것으로 보인다. 가계부채의 증가 속도와 규모를 줄이기 위해서는 우선 한국은행이 이달에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처럼 점진적인 금리인상은 불가피할 것이다.
물론, 가계부채의 약 66%가 주택담보대출이고 이중 90% 가량이 변동금리의 적용을 받는 구조에서 금리가 오르면 가계 부담을 증폭시키는 부작용도 있다. 하지만, 부채가 늘어나는 원인에 주목한다면 당장의 고통을 피하기 위해 하염없이 초저금리를 유지하는 것은 결코 논리에 맞지 않다. 그리고, 가파른 물가상승은 금리 인상을 앞당기기 때문에 가계부채에 치명적일 수 있다.
따라서, 물가상승 억제도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아울러, 현재 우리나라 가계대출의 구족적인 문제 중 하나가 거치식 대출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상환부담이 적지만 갑자기 상환액이 증가하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상환액이 갑자기 몰려올 때 능력이 안되면 더 큰 문제가 되기 때문에 가계대출의 만기 구조를 장기화하고, 이자부담이 큰 변동금리대출의 비중을 낮추고 고정금리를 늘려서 금리인상에 따른 부실위험을 줄여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빚 갚을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인데 그것은 바로 가계소득을 증가시키는 것인데 그러자면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을 이끌 수 있도록 개발사업보다는 산업정책에 더 많은 노력을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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