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형 코레일 전략기획처 과장이 22일 중구 대사동 한마음야학 한 강의실에서 40~50대 만학도들을 대상으로 영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
22일 오후 7시께 대전시 중구 대사동 한마음야학. 비좁은 강의실에 들어서는 이주형(38) 코레일 전략기획처 과장의 발걸음은 가볍기만 하다. 바쁜 직장 생활을 마치고 매주 수요일만 되면 그는 어김없이 한마음야학에서 40~50대 만학도들에게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대비한 영어를 가르친다.
그가 야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한 것은 대학교 2학년 시절인 1993년부터다. 부산에서 대학생활을 한 이 과장은 당시 야학에서 수업을 하던 친구가 입대를 하는 바람에 얼떨결에 분필을 이어받아 야학과 인연을 맺었다.
이 과장은 부산 BBS 야학에서 1996년까지 활동하다 취업한 뒤 2000~2003년 서울로 올라와 상록야학에서 강의를 이어갔다.
코레일 본사가 있는 대전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는 지난 2008년부터 현재까지 한마음야학에서 또다시 수업을 시작해 이 과장의 야학 연륜은 무려 18년이나 된다.
그가 야학과의 오랜 인연을 끊지 않고 꾸준히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었던 데는 베풂을 통해 만족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대학 시절 70세가 넘은 최고령 학생이 그에게 수업을 받은 뒤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한 것이 무엇보다도 뿌듯했다.
지난해에는 한마음야학을 졸업하고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한 주부가 혜천대 사회복지학과에 당당히 입학해 이 과장의 야학활동에 대한 자부심은 매년 커지고 있다.
그의 나눔 활동은 서울 생활을 할 때에도 이어졌다. 그는 장애를 겪는 부모의 비장애 자녀들을 돌봐주는 '1일 아빠'역할을 했다. 군 복무시절에는 결손가정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지도교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 과장은 자신의 능력을 나누는 것에 대한 과시보다는 학생들이 자신들의 열정을 스스로 알고 배움에 게을리 하지 않도록 돕고 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그는 김춘수 시인의 꽃에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말처럼 학생들에게 늦었지만 진정한 학생이 되라는 의미에서 학생이라는 칭호를 붙여주고 있다.
그는 오히려 학생들에게서 배움에 대한 열정을 배워간다는 점에서 야학활동의 보람을 찾기도 한다.
저녁시간을 할애해 야학을 찾아야해 쉬운 일만은 아니다.
오후 11~12시까지 이어지는 야근업무를 하면서도 수요일만은 야학수업에 참석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기 때문이다. 업무를 중간에 마치고 오후 7시부터 8시 30분까지 이어지는 강의를 마친 뒤 또다시 회사로 돌아가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수요일만은 회사에서도 그의 야학수업을 인정해주고 있다. 직원들 사이에서도 이 과장의 수요일은 '야학 수업 가는 날'로 인식되면서 오히려 그를 응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가족들도 이 과장의 이른 귀가를 원하긴 하지만 그의 일관된 뜻을 인정해주고 있어 수요일은 이 과장에게 즐거운 날이 되고 있다.
이 과장은 화요일부터 설레는 마음을 어찌할 수 없다고 한다. 지식을 나누는 그 자체가 의미있는 일이기도 하겠지만 뒤늦게라도 공부를 하려는 한마음야학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주형 과장은 “베푼다는 느낌이 좋고 그 안에서 일종의 보람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야학의 매력을 찾는다”며 “연말에 되돌아보면 무엇을 했는가 실망스러울 때가 많았지만 야학을 하면서부터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경태 기자 biggerthan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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